상장사 10곳 중 4곳은 '어닝쇼크'…투자심리 위축
4분기 이어 올해 영업이익 개선될 6곳 주가는 올라
상장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 수준에 접어들었다. 전체의 절반 이상이 당초 추정치에 미치지 못하는 ‘어닝쇼크’를 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당초 추정치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나타낸 상장사도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제일기획 등이다. 전문가들은 “작년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종목들의 경우 올 실적 예상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지지부진한 장세일수록 이들 종목이 더욱 돋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상장사 절반가량이 어닝쇼크
1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일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기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고 증권사 세 곳 이상이 분석보고서를 내고 있는 59개 상장사 중에 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5% 이상 낮은 ‘어닝쇼크’를 낸 상장사는 삼성SDI 현대산업개발 롯데케미칼 삼성정밀화학 등 24곳(40.67%)이다. 전년 동기 흑자에서 작년 4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섰거나 적자가 확대된 상장사도 6곳이나 됐다.
실적이 부진하면서 투자심리도 얼어 붙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초부터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량은 3억5842만주로 1월(4억9565만주)보다 27.69% 감소했다. 2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3조7791억원)도 1월(4조4344억원)보다 6553억원 줄었다.
코스피지수가 글로벌지수와 따로 노는 디커플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실적마저 부진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요 기업이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발표하면서 어디에 투자할지 모른다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등 ‘턴어라운드’주 주목
얼어 붙은 투자 심리에 온기를 불어 넣는 종목들도 있다. 현대모비스가 대표적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31일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6% 상승한 8276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증권사 추정치 평균(컨센서스)보다 12% 높은 ‘어닝서프라이즈’였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올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실적 발표 직전 3조558억원에서 현재 3조1424억원으로 2.83% 상승했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2월 들어 5.44% 올랐다.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삼성전자 현대위아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제일기획 등 6개 종목이 ‘턴어라운드’주에 해당한다. 2월 들어 지난 8일까지 코스피지수는 0.56% 떨어졌지만 이들 종목 주가는 0.96~6.80% 상승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4일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 뒤 올 영업이익 전망치가 2.52% 상향 조정됐다. 인터넷TV 가입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TV부문 작년 4분기 가입자는 13만8000명 늘었고 가입자 당 평균 매출(APRU)도 상승 중”이라며 “최근 소비자들의 TV상품 선택 기조가 결합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올 한 해 TV부문이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역시 TV상품 등 유선사업 성장이 턴어라운드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제일기획은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이후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5% 넘게 상승했다. 해외사업이 강화되는 반면 판관비 증가율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시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핵심 제품에 대한 글로벌 광고 집행이 늘어나고 매키니, 브라보와 같은 해외 광고업체를 인수하면서 광고 취급액이 증가할 것”이라며 “4월 말까지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한 것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현대위아는 중국의 엔진사업 성장과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매출 증가가 올해 실적 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지목됐다.
황정수/안재광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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