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동산 LTV·DTI 규제, 이젠 은행에 맡겨보자

입력 2013-02-11 16:04   수정 2013-02-11 22:56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실화 우려가 큰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완화하자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KDI는 현재 60%인 LTV 기준을 집값의 80%까지 올려주면 2, 3금융권 차입자 중 상당수가 제1금융권 대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손충당금 등 건전성 규제를 대출 목적, 상품별로 차별화하고 시장 여건에 맞춰 신축적으로 운용케 하자고 제안했다.

KDI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가계 부실의 상당수는 주택시장 침체와 관련이 크다. 그동안 취득세 감면 6개월 연장, 양도세 중과 유예 1년 연장 식의 단기적인 세제대책들이 시장왜곡만 키워온 게 사실이어서 이제는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것이 KDI의 진단이다. 저성장, 고령화, 도시화 정체 등 환경변화에 맞춰 과거 고성장 시대의 투기억제책을 변동성 관리방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고 이는 요즘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감안하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본다.

사실 MB정부가 5년간 23차례나 부동산대책을 내놨어도 LTV와 DTI 규제만은 요지부동이었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가계부실 위험은 여전하다. 하지만 서울·수도권 집값이 3년째 내리막이고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전년보다 21%나 급감해 2006년 이래 최저인 상황이다. 거시건전성을 강조하다 부동산 대출의 잠재부실을 진짜 부실로 만들 판이다. KDI가 이례적으로 LTV 완화 등을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 문제도 따지고 보면 저성장의 결과다. 집값이 하락하면 LTV가 낮아져 대출을 줄여야 하고 그러면 집값이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다. 주택거래가 꽉 막힌 결과 전·월세 시장의 압력만 가중된다. 저성장기에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투입될 자금의 총량을 틀어막고 있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은행이 시장상황과 개인별 신용에 따라 LTV, DTI에 차등을 둘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건전성을 빌미로 은행 자율성을 부인하는 감독행정은 지양해야 마땅하다. 국민이 부동산을 보는 시각은 달라졌는데 투기대책은 오불관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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