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도 신임 서울대 경영대학원장 "학생에 혁신 마인드 심어 주겠다"

입력 2013-02-12 16:29   수정 2013-02-13 00:06

청년들, 선구자의 길 걸어야
삼성 등 성공 사례 연구 늘릴터



“한국 기업들의 성공 스토리를 더 많이 발굴하고 공유해야 세계 최고 수준의 MBA(경영전문석사)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김병도 서울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사진)은 “미국에서 교육받은 교수들이 미국 기업 사례로 강의하는 ‘미국 일변도’의 경영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영 혁신과 마케팅 전문가인 그는 지난달부터 2년 임기로 서울대 경영대를 이끌고 있다.

김 원장은 “서울대 등 국내 정상급 MBA들이 교수 수준에선 결코 미국 하버드나 와튼스쿨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 본인이 카네기멜론대에서 4년간 교수를 한 것처럼 서울대 경영대 교수진 대부분이 미국 명문대 강의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으로 오면 연봉이 절반 정도로 깎이지만 그래도 ‘서울대 교수’라는 명예를 위해 훌륭한 학자들이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더구나 하버드 MBA 학비가 총 12만달러(약 1억3000만원)인 데 반해 서울대 MBA는 4000만원가량이기 때문에 MBA를 마치고 국내에서 경력을 이어갈 직장인이라면 국내 MBA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또 매년 5억원가량을 투자해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 예일 등 협약 학교들의 교수진을 초빙하고 있다. 김 원장은 “학생들에게 미국 명문대의 강의를 직접 들어보는 기회를 주는 것과 동시에 한국 교수들의 강의와 비교해 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명문 MBA를 좇아가는 것을 넘어 세계흐름을 선도하는 대학이 되려면 제3국 학생이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선택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그 길은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한국계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더 많이 발굴하고 가르치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영학계에서 한국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 연구가 한국 MBA스쿨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한국 기업 연구가 더 활발해지려면 교수들의 적극적인 연구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교수가 기업 연구를 발표하면 자존심 때문인지 동료 교수들은 그 자료를 잘 활용하지 않는 풍토가 있다”며 “그 자료가 하버드비즈니스케이스나 ECCH(유럽경영사례연구)에 실리면 그때서야 강의에 활용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혁신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향후 추진할 큰 과제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학부든 대학원이든 한국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학생들이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장’ 잡을 생각만 하는 것은 개인과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능력 있는 인재들이 실패를 각오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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