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트는 여성 편력가로 알려졌지만 36세 때(1847년) 처음 만난 카롤리네 비트겐슈타인 후작부인과의 관계는 숭고했다. 두 사람은 14년이나 사귄 후 리스트의 50번째 생일에 로마 교황 앞에서 결혼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참 전에 헤어진 카롤리네의 남편과 그 가족들이 러시아 황제까지 동원해 방해한 바람에 결혼식 전날 무산되고 말았다. 충격을 받은 두 사람은 이후 수도사처럼 살았다. 1886년 여름 리스트가 죽자 상심한 카롤리네도 7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
둘이 한창 사랑하던 1850년에 출판된 ‘사랑의 꿈’ 제3번이 카롤리네를 위해 작곡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은은한 격조 속에 담긴 통제된 열정은 평생토록 안타깝게 이어진 이들의 사랑을 닮았다. 불꽃 같은 사랑보다 오래 가는 사랑이 고귀한 법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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