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우결' 진정성 '흔들'…'아빠 어디가'에서 배워라

입력 2013-02-13 16:47   수정 2013-02-14 00:36

리얼리티쇼 조작 논란


‘리얼’의 위기다. 인기 리얼 버라이어티 쇼, 또는 리얼리티 쇼들이 진정성 논란에 휘말리며 홍역을 치르고 있다. SBS ‘정글의 법칙’(사진) 방송 조작 논란은 게스트로 출연한 박보영의 소속사 더 컴퍼니 엔터테인먼트의 김상유 대표가 페이스북에 “개뻥 프로그램! 이게 뭐야! 드라마보다 더하는구만~”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불거졌다. 이후 김 대표가 “소속사 여배우에 대한 걱정에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갈수록 커졌다.

누리꾼들은 ‘정글의 법칙’의 여행지가 방송에서 연출한 것처럼 힘들지 않은 경우가 많고, 문명과 처음 만난 것처럼 묘사한 원주민과의 만남도 이미 관광상품이 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글의 법칙’의 이지원 PD는 “병만족이 열악한 환경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장된 표현이 있었음을 겸허하게 인정한다”면서도 누리꾼들이 제기한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없는 사실을 만들지는 않았다’며 조목조목 부인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 역시 진정성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연예인들이 가상결혼 생활을 하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오연서와 탤런트 이장우의 교제설이 불거졌기 때문. 비록 가상이라 해도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가수 이준을 향해 “진짜로 (마음이) 흔들린다”던 출연자의 교제설은 그 자체로 프로그램을 흔들었다. 여기에 이준이 팬카페에 자신의 스케줄 불만을 드러낸 것이 ‘우리 결혼했어요’에 대한 불만으로 비쳐지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리얼리티 쇼가 조작, 또는 진정성 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에서 예상했던 일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방송 관계자는 “‘리얼’을 내세우는 것이 예능의 대세가 되면서 프로그램의 초점이 얼마나 더 진짜냐, 얼마나 더 극한으로 가느냐에 맞춰지기 시작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생기고, 리얼리티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환경에 놓인 연예인들이 언제나 성공할 수도 없고, 커플이 된 연예인들이 늘 좋아할 수만은 없는 법.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리얼리티에 의문을 갖고, 조금만 의심할 요소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파장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방송 관계자는 “리얼이라고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왔다. 다른 방식의 리얼리티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와 KBS ‘인간의 조건’이 대표적인 예. 연예인 아빠와 자식이 1박2일 여행을 떠나는 ‘아빠 어디가’는 포맷으로만 보면 기존 여행 버라이어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 즐거움을 준다. 어른과 달리 통제가 힘든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기존 포맷에서 새로운 리얼리티를 찾아낸 것.

‘인간의 조건’ 역시 출연자들에게 1주일간 스마트폰 사용과 TV 시청 금지, 쓰레기 만들기 금지 등 생활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리얼리티 쇼가 반드시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거나 출연자의 감정을 몰아붙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승한 TV평론가는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을 리얼처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정글의 법칙’에 앞서 비슷한 포맷을 보여준 ‘맨 VS 와일드’는 몇 번의 논란 끝에 특정 상황에서는 ‘안전하게 통제한 상태에서 촬영했다’는 자막을 단다. 리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제작진이 어떤 기준을 갖고 그것을 대중에게 솔직히 털어놓지 않으면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명석 텐아시아 기자 tw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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