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부터는 인상 추진
포스코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자동차강판 가격을 인하했다.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다른 철강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자동차강판만 가격을 내렸다. 중국산 등 저가 수입품의 공세 속에 엔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마진 축소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 들어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자동차강판 가격을 t당 수만원씩 인하했다. 가벼우면서도 충격과 부식에 강해야 하는 자동차강판은 철강사 기술력의 척도가 되는 ‘철강제품의 꽃’으로 불린다. 종류도 수백 가지에 달하는데 일반적인 도금 자동차강판 가격은 t당 120만원 정도다.
포스코는 아직 연초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은 다른 완성차 회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와 함께 자동차강판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현대하이스코도 지난해 11월 t당 가격을 5만원가량 내렸다. 현대하이스코는 현대·기아차의 국내 자동차 생산에 들어가는 물량의 60%(연 240만t)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인하는 철강 시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연초부터 가격인상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달 열연강판 유통 가격을 전달보다 t당 2만~3만원가량 인상한 70만원대 중후반으로 책정했다. 봉형강이나 철근 등의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다. 원재료인 철광석과 철스크랩 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강제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열연을 가공해 만드는 냉연제품은 가격이 후행하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열연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드물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협상력이 커진 완성차 업체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가 원가 상승 부담을 떠넘기기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오는 9월께 현대제철이 당진 3고로(연 400만t 규모)를 완공하면 현대하이스코의 생산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어쩔 수 없는 마진 축소라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까지 후판 등 다른 철강제품의 수익성 악화를 자동차강판으로 메웠다. 수출 호조 등으로 여유가 있던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을 넉넉히 쳐주면서 자동차강판의 수익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지난해 판매량 가운데 자동차 부문은 786만t으로 불황인 조선(340만t)이나 가전(238만t)에 비해 월등히 많다. 올 들어 엔화약세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의 마진축소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산 등 저가 수입품이 몰려오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단일 자동차강판 고객으로 가장 큰 한국GM이 중국산 사용을 늘리자 가격 할인을 해줬는데 현대·기아차가 이 사실을 파악하고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연초 협상을 마치고 2분기부터는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혼자 떠안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장은 어려운 자동차업계 사정을 감안해 가격을 인하하지만 계속 내려줄 수는 없다”며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 조정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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