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페인트 강한 KCC vs 건축용 1위 삼화페인트

입력 2013-02-13 16:50   수정 2013-02-13 21:32

中企 맞수 열전 (5) 페인트업계 라이벌

KCC
차량용 시장 40% 확보, 수출 비중 27%…울산에 신공장 준공

삼화페인트
내화 페인트 국내 첫 개발,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 도료로 사업 확대




3조원대 국내 페인트(도료) 시장을 놓고 KCC와 삼화페인트 두 라이벌 간 자존심 싸움이 한창이다. 몸집만 보면 1위 KCC가 1조7700억원, 2위 삼화페인트가 4113억원으로 4배 넘게 차이가 난다. 그러나 분야별 경쟁력은 다르다. 7000억원 규모의 국내 건축용 도료 시장에선 삼화페인트가 35%(2500억원)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선박 VS 공업용 도료

1958년 설립된 KCC는 국내 페인트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업체다. 현대자동차에 쓰이는 차량용 페인트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페인트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선박용 도료 역시 선박 발라스트탱크(부양용 물조절 탱크) 방청도료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KCC는 올해도 강점을 지닌 자동차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KCC 관계자는 “세계 최고 자동차 도료기술을 가진 듀폰과 2002년 기술 제휴를 맺은 이후 품질 경쟁력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며 “올해 자동차 부품용, 전기전자소재용 페인트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목표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화페인트는 KCC보다 12년 앞선 1946년 페인트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1976년 국내 최초로 내화도료(불에 타지 않는 도료)를 개발, 돌풍을 일으키며 급성장했다. 주력 제품인 건축용, 공업용 도료와 특수도료인 PCM도료가 전체 매출의 86%를 차지한다. 이 회사는 국내 건축용 도료에선 업계 1위지만 2009년부터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로 시장이 급격히 줄자 공업용 도료 개발에 집중했다.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쓰이는 컬러강판 도료인 PCM용 UV도료를 포스코와 5년간 개발한 끝에 2009년 상용화했다. 지난해 이 분야 매출은 2011년(430억원)보다 14% 상승한 49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효자 사업으로 커가고 있다.

○신사업 투자보다 시설 확대

KCC는 업계 1위라는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신사업에 도전했지만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고전했다. 폴리실리콘(태양광 원재료)사업은 태양광산업 침체로 2011년 12월부터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했다. 같은 해 영국의 바실던케미컬 지분을 100% 인수하며 의욕을 보였던 유기실리콘 사업 역시 불황으로 지난해 4분기 1562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뼈아픈 실패였다.

이 회사는 신사업이 암초를 만나자 기존 페인트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돌아왔다. KCC는 지난해 6000억원을 들여 울산에 연산 5만7000t 생산 규모의 자동차용 도료·합성수지 신공장을 준공했다. 회사 측은 단계적으로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방침이다. 2016년 증설이 마무리되면 KCC의 도료생산 능력은 연산 30만t에서 44만t으로 늘어난다.

삼화페인트 역시 사업다각화를 위해 2008년 인조잔디 사업에 진출했지만 역량 집중을 위해 3년 만에 사실상 이 사업을 중단했다. 대신 충남 공주시에 분체, 시너 등 도료용 신공장을 짓고 있다. 약 300억원이 투자되는 신공장이 내년 중 완공되면 생산능력이 16%가량 늘어나게 된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수도권과 영남에 집중된 판로 역시 서남부지역으로 넓혀 공격적인 영업활동과 함께 물류비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을 뚫어라

KCC는 페인트 매출의 27%를 수출로 올리고 있다. 1992년 자회사 KCS를 통해 싱가포르에 처음 진출한 KCC는 중국과 터키에 현지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KCC 관계자는 “국내외 영업부서 간 시장정보 공유를 위한 데이터 구축, 온라인 의사소통 시스템 마련 등을 통해 해외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수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거점으로 일찌감치 중국을 선택해 지난해 플라스틱 도료로 105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화페인트는 최근 스마트폰 도료 생산 증가에 따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해외 휴대폰 생산 거점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10년 베트남에 세운 휴대폰용 도료 제조 생산 법인인 ‘삼화페인트 비나컴퍼니’가 대표적인 예다. 해외 거점 진출로 삼화의 휴대폰용 도료 매출액은 2011년 120억원에서 100% 증가한 24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베트남은 제조업과 건설업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는 신흥시장”이라며 “베트남과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모바일 제품용 도료 시장 확대를 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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