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달부터 시행…빚 만기연장·이자 인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프로그램이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금융감독원은 일시적인 자금사정 악화로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은행별로 자체적인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1분기 중 도입하도록 지도하겠다고 13일 발표했다.
대상은 1~3개월 미만의 연체자 등이다. 해당 자영업자가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은행은 심사를 거쳐 △만기연장 △장기분할상환대출로 전환 △이자 조건 완화 등 차주별 특성에 맞춰 상환부담을 덜어주게 된다.
현재 프리워크아웃은 개인 신용 및 주택담보대출에 한해 시행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사실상 가계대출과 비슷한 성격인데도 은행권의 사전채무조정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았다.
금감원이 프리워크아웃을 자영업자 대출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대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2012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한 해 전보다 17조4000억원 증가한 252조6000억원이다. 그 중 자영업자 기업대출(중소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에게 나간 대출)이 173조5000억원으로 15조1000억원 급증했다. 자영업자 가계대출(가계대출 중 자영업자에게 나간 대출)은 79조1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 기업대출 가운데 비제조업 비중은 76.7%에 달했다. 증가액은 13조3000억원이나 된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임대업,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대출액이 각각 7조5000억원, 1조9000억원, 1조8000억원 늘었다.
자영업자의 빚은 늘었지만 채무상환 능력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영업자(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은 24.1%로 전년(29.1%)보다 개선됐지만 임금근로자(상용 16.6%, 임시일용 19.4%)에 비해 여전히 높았다. 자영업자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과 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각각 91.1%, 156.7%에 달해 전체가구 평균(75.1%, 124.3%)을 크게 웃돌았다.
이기연 금감원 은행·비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등 건전성은 아직까지 양호한 편인데, 이는 대출액 증가에 따른 착시현상일 수 있다”며 “프리워크아웃을 활성화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나타날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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