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봄을 기다리며

입력 2013-02-13 16:59   수정 2013-02-14 00:25

나이가 들수록 더 기다려지는 봄 색깔…멀리 길을 나서 그 환한 기운 즐겨야지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 csrim@hanafn.com>



봄을 생각하기엔 아직 때가 이른가. 하지만 입춘(立春)도 지났고 며칠 후면 우수(雨水)다. 겨우내 모진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고 새잎과 꽃망울을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지상(地上) 모든 생명의 기다림을 생각하면 그렇게 철 이른 것도 아닐 것이다.

계절 중에서 봄을 가장 좋아하게 된 것이 딱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연하디연한 연둣빛으로 시작된 산 빛이 봄바람의 부드러운 붓질로 점점 싱그러운 초록으로 변해가는 모습에서 생명의 신비로움을 강하게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봄이 더욱 기다려진다.

꽁꽁 언 땅을 헤집고 돋아날 여린 새싹과 가지 위에 아직도 눈을 이고 있는 나목(裸木)들이 봄꽃을 준비하듯 살아있는 우리도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봄이 오면 진달래, 산수유 피는 골짜기로 소풍을 가야지. 듬성듬성 핀 진달래 그리고 산수유의 고졸한 모습이 더없이 정겹게 느껴질 때 막걸리 몇 잔이면 무엇이 부러우랴. 이름 모를 새들이 아무렇게나 봄을 노래하고 얼었던 개울물이 게실게실 풀리기 시작하면 마냥 어렵게만 여겨졌던 세상사도 불연지대연(不然之大然), 별것 아닌 것처럼 만만해 보일 것이다. 더군다나 따사로운 봄볕은 마음속 젖은 시름들을 말끔히 말려줄 것인데….

화안한 꽃밭 같은 봄 바다도 졸리는 눈에 가득 담을 것이다. 살랑거리는 바닷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박재삼 시인의 봄 바다를 음미하며 꿈을 꾸듯 이승과 저승의 그리운 사람들도 만나야겠다. 고교 시절 교정 담장에 쭉 늘어선 벚나무 가지가지에 벚꽃이 만발하고 그 위를 비추던 하얀 달빛, 바람에 흩어지는 꽃 비에 취해 환장하며 걸었던 그 청춘의 기억을 되뇌며 밤 벚꽃놀이도 가야겠다. 퇴화되어 좀처럼 반응하지 않던 촉수들을 다시금 가다듬어 생명으로 충만한 봄의 소리를 가능한 한 놓치지 말고 들어볼 것이다. 나 혼자 할 수 없으면 둘이서, 여럿이서 함께. 눈 뜨고 있어도 보지 못했고, 귀 있어도 듣지 못했던 봄의 기운을 한껏 느껴볼 것이다. 우리에게 마냥 끝없이 찾아올 것 같은 봄도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춰 버린다는 것을 생각하며….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 csrim@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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