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소리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지침에 따라 주가가 떨어졌다고 판단할 때 사고, 올랐다고 판단하면 팔 뿐입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20년 전에나 있었을 법한 얘기를 했는지….”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 국민연금 간부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전날(12일) 저녁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한 발언 때문이었다. 내용은 이랬다. “정부가 최근에도 주식시장에 많이 개입한 것 같다. 국민연금에 많은 돈이 쌓였으니 주가를 받쳐주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올 들어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000여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 사이 코스피지수는 1997.05에서 1976.07로 소폭 하락했다. 보도를 접한 시민들은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관치금융이냐. 정부정책에 동원됐다가 국민연금에 손실이라도 나면 정부가 책임질 거냐”며 흥분했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의 반응은 달랐다. 국민연금과 거래하는 A증권사의 법인영업 담당 임원은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이 만천하에 공개되는데 정부가 시킨다고 마구잡이로 살 수 있겠느냐”며 “국민연금이 올 들어 주식을 매입한 것은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이란 내부 판단에 따른 정상적인 투자행위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도 “증시가 폭락한 것도 아닌데 국민연금이 동원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거들었다. 요컨대 “20~30년 전에 경제정책을 주무르던 ‘올드 맨’이 당시의 잣대로 시장을 왜곡해서 보는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었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말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것도 사실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잊을 만하면 한번씩 정부가 연기금을 동원해 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관치는 사라졌다’고 믿을 국민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연기금을 통한 증권시장 사수(死守)는 나의 카드이며, 필요하면 사용하겠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와 국민연금이 김 전 위원장의 발언에 ‘억울하다’고 호소하기에 앞서 국민들의 머릿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관치의 추억’부터 말끔히 씻어내야 하는 이유다.
오상헌 증권부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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