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을 일자리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만들겠다"

입력 2013-02-13 17:11   수정 2013-02-14 01:33

인사이드 Story - 오바마 대통령, 2기 임기 첫 국정연설

2015년까지 최저임금 24% 인상 '중산층 복원'
총기규제 강조위해 희생자 가족 초청 '감성적 접근'



“중산층을 복원해 성장의 엔진을 재점화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2기 임기 첫 국정연설에서 중산층 복원과 경제 회복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국정 운영의 최대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층의 유치원 무상교육, 클린에너지 및 제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에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가 제안한 정책은 대부분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야심찬 아젠다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유치원 무상교육

오바마는 “경제성장의 진정한 엔진을 재점화함으로써 중산층을 일으키고 번창시키는 것이 우리 세대의 임무”라며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2015년까지 9달러로 24% 올리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1500만명의 근로자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후보 때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오바마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며 저소득층 자녀는 유치원을 무료로 다닐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괜찮은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500억달러를 투입해 낡은 도로를 개보수하고 7만7000개의 교량을 건설하는 ‘픽스 잇 퍼스트(Fix-It-First)’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오바마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일자리 창출에 할애한 것은 고용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률(1월 7.9%)은 수년째 7%를 웃돌고 있다. 장기실업률(6개월 이상 실업자)은 3%로 2001~2007년 평균에 비해 3배가량 높다. 이대로 가다가는 4년 뒤 정권 재창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FTA 확대와 세금 인상

오바마는 “미국을 일자리와 제조업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클린에너지와 제조업 육성, 교육,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수출 확대를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과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유럽연합(EU)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을 TPP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안인 재정적자 문제와 관련해서는 세금 인상과 지출 축소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이 국가 부채한도 확대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지출 감축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겠지만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줄여 세수를 더 늘리겠다는 의지다.

오바마는 세금 인상에 대한 비난을 의식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큰 정부’가 아니라 ‘스마트 정부’”라고 했다. 오바마는 연설 끝 무렵 총기규제 강화 법안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총기사건 희생자 유족을 일일이 부르면서 “이들도 (의회의 총기규제 강화 법안에) 투표할 권리가 있다”고 감성에 호소했다. 이 순간 1시간 동안 진행된 연설 중 가장 뜨거운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간 대결

오바마의 연설이 끝난 직후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CNN 생방송에 출연해 “오바마는 세금 인상과 재정지출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며 “그것이야말로 중산층을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이를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의 대결이었다고 논평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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