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윷놀이에 비는 소망

입력 2013-02-14 17:16   수정 2013-02-14 23:39

윷놀이와 함께 사라진 '같이사는 사회'…복지 확충보다 중요한 건 공동체 복원

유은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요즘 동네에선 ‘척사대회’가 한창이다. 척사대회라고 하면 낯선 분들도 있겠지만 던질 척, 윷 사를 쓰는 척사(擲柶)는 윷놀이의 한자어다.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윷을 놀며 한판 놀이마당을 벌이던 풍속이 이어지다 보니 전해오던 명칭 그대로 척사대회라는 이름이 쓰이는 것 같다.

기왕이면 쉽고 친숙한 말로 전통을 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여하간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서로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던 풍습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윷을 던지며 ‘윷이야’ ‘모야’ 크게 웃는 웃음이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활력이요, 어울려 살아가는 재미인 것 같아 자리를 함께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얼마 전 고양시에서 세 자매가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냉골의 지하 월세방에서 돌보고 살펴주는 이 없이 반찬이라곤 고추장밖에 없는 밥이나 라면을 먹으며 몇 년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먹먹해진 가슴이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의식주 해결이나 교육 등 최소한의 양육 의무도 방기한 계모가 구속되고, 세 자매는 다행히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다지만, 한 가정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세 자매의 이야기가 남긴 숙제가 적지 않다.

세 자매는 자신의 생존과 안녕, 행복에 관한 권리를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고, 이웃의 도움을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 소녀들에게 이웃은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무심한 이웃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세 자매의 맏이는 동생들에게 검정고시 준비를 시켰다고 한다. 정글 사회로 표현되는 치열한 경쟁의 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부지런히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믿는 절대다수의 청춘들처럼, 세 자매 역시 공부라도 해야 그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게 아닐까. 각자도생할 방법밖에 없는 척박한 사회, 세 자매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는 서로 돕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공동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복지 제도를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서로서로 돕고 살던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 공동체를 믿을 수 있게 되는 것, 어쩐지 당위적인 이야기로만 들릴까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꼭 필요하단 생각은 멈춰지지 않으니 윷을 던지는 마음이 바쁘다.

유은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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