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인증수단 마련 못해
당분간 혼란 불가피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는 ‘오는 18일부터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대상에서 빠진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과 게임, 쇼핑몰 등 다른 사업자들은 이날부터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할 수 없다.
대부분 업체가 대체인증 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돼 ‘주민번호 대란’이 우려된다.
◆알뜰폰, 예외 사업자로 지정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14일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 금지 대상에서 알뜰폰을 빼주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에 대해서는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허용하면서 알뜰폰 사업자에 대해서만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업계의 지적을 방통위가 수용한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최근 방통위에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해왔다.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하는 통신사 전산시스템을 통해 가입자를 받아왔는데 이를 금지하면 알뜰폰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장윤식 한국MVNO협회장은 “방통위가 알뜰폰 사업자를 예외로 고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23조의2)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 수집 금지 예외 사업자는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사업자 △법령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을 허용하는 사업자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이 불가피한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 등 세 가지다. 알뜰폰을 세 번째 경우로 분류하면 예외 사업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형평성 논란
알뜰폰을 제외한 인터넷 사업자들은 예정대로 18일부터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업체들이 주민번호를 대체할 인증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온라인 게임업계는 청소년이 밤에 게임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셧다운제와 정보통신망법이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셧다운제를 시행하려면 이용자 나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이핀이나 휴대폰 등 대체 수단을 통해 나이를 확인하는 것은 절차가 까다롭고 투자비가 많이 든다”며 “외부 실명확인기관을 이용하면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영세한 사업자들이 많은 쇼핑몰이나 경매 인터넷 사이트들은 인프라 구축 비용이 부담이다. 한 쇼핑몰 운영자는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해주는) 웹호스팅 업체를 이용하지 않으면 직접 개인인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털어놨다.
아이핀 등록자 수가 800만명을 밑도는 상황에서 대체인증 수단으로 각광받는 휴대폰 인증 시스템 구축이 정부의 늑장 대처로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증대행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8일에야 통신 3사가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됐고 지난달 15일 첫 인증업체 회의가 열렸다”며 “회의에서도 정부는 세부 사항을 통신사와 인증대행업체 간 협의에 맡기고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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