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금액 줄여 '장기전' 노려…이맹희, 4조서 96억으로 낮춰

입력 2013-02-15 17:20   수정 2013-02-16 01:24

삼성家'상속 소송'2라운드


1심에서 패소한 이맹희 씨(사진)가 15일 오후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제출, 삼성가(家)의 상속재산 분쟁이 2라운드를 맞게 됐다. 상속분쟁을 바라보는 사회적 비판 여론은 물론 아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씨가 소송 강행을 결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 이씨가 소송가액을 4조원대에서 96억원으로 크게 줄이고 인지대 부담을 수천만원대로 낮춘 점에 비춰볼때 ‘명분’과 ‘자존심 지키기’에 집착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상징적인 소송을 이어가면서 막판 타협점을 찾으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재계에선 대기업 오너 일가에서 벌어지는 재산싸움이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지 않아 각하된 부분은 항소 대상에서 제외하고, 상속여부가 명확치 가려지지 않았던 삼성전자 주식 등에 대해 항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송범위 축소가 대법원까지 가기 위한 준비라는 예상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차명 상속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중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는 50만주와 에버랜드 소유 60만주에 대해서는 차명 상속재산으로 봤으나 상속권소멸시효 10년이 지난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 측은 2심에서 이들 주식이 차명상속분임을 알게 된 것은 2011년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당초 법조계에선 이씨가 비용 부담 때문에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미 납부한 1심 인지대만 127억원에 달했고, 1심 완패로 부담해야할 이건희 회장측 변호사비도 200억원을 넘게 내야하기 때문이다.

CJ측은 이씨의 소송강행에 난처해 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14일 해외 모처에서 아버지를 직접 만나 항소 포기를 설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CJ 관계자는 “1심을 통해 소송의 명분을 확보했고 화해를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이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간곡히 만류했다”며 “당사자의 의지가 강해 소송이 계속 진행된 데 대해 그룹으로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CJ는 “이번 건은 개인의 소송인 만큼 CJ와 분리해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선 이번 소송전을 일정 부분 ‘측면 지원’해 온 CJ가 삼성과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는 데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도 공식적 반응을 자제하는 가운데 소송이 이어지게 된 데 대해 매우 불편해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경제적인 이슈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는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라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재계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기업의 역할이 어느 해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양 그룹이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김현석/임현우/정소람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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