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속 사람, 사랑 스토리] "엄마, 갑상샘 암 병원비 걱정마세요" 전화 끊고 눈물만…

입력 2013-02-17 09:43  

여느 때처럼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평소처럼 두 살짜리 아이 얘기를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내 말을 한참 듣던 어머니는 힘겨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오늘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네. 갑상샘에 혹이 있다고.” 깜짝 놀랐지만 태연하게 대답했다. “물혹 같은 거지? 일단 큰 병원 가보라고 했으니 가 봐.” 그러고는 종합병원 하나를 추천하고 전화를 끊었다. 순간 무언가 내 머리를 한 대 치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은 10여 년 전 이혼했다. 어머니는 두 딸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하지만 50대 여성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학생이었던 두 딸은 어머니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어머니는 안 해본 일 없이 고생만 하며 살아오신 분이었다.

검사 결과가 나오던 날, 어머니 전화를 받는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암이래. 이제 어떻게 하지?”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은 나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엄마, 너무 걱정마. 갑상샘 암은 암 중에서 가장 약한 거야. 간단히 떼어내기만 하면 돼. 병원이랑 좋은 의사 내가 다 알아 볼게.” 전화를 끊고 나서야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가 그 순간 뭘 걱정하시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당신의 건강보다 병원비가 더 걱정이었다.

“엄마, 병원비는 걱정하지 마. 자식이 둘인데 무슨 걱정이야?” 우리 자매는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어머니나 우리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1년 마지막 날, 어머니를 수술실로 들여보냈다. 평생 가장 길었던 6시간의 기다림이 이어졌다. 수술이 끝나고 집도했던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의사의 입만 떨리는 눈으로 바라봤다. “수술은 잘됐습니다.” 안도감에 다리가 풀린 우리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행히 회복이 빠른 편이었다. 퇴원을 앞둔 어느 날 병원에선 우리에게 “혹시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 없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때 떠오른 게 어머니가 오래 전에 들어놓은 암보험이었다.

자식들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시던 어머니는 보험을 세 군데나 가입했다. 입원 중에 어머니는 이미 한 군데 보험사에 알아본 듯했다. ‘갑상샘 암은 보장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터라 보험금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반신반의하며 집 근처에 있는 보험사에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오는 나를 어머니는 반겼다. “보험사에서 벌써 문자가 왔어. 심사 중이래.” “그런 건 신경 쓰지 말라니까. 나중에 실망하면 어쩌려고 그래?”

보험금 수령 문제로 상처받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몇 번이나 목격했던 터였다. 다음 날 오후였다. 집에 들른 나를 보자마자 어머니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보험금이 입금됐어. 수술비랑 진단비도 다 나왔어.” 그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어머니에게 보험금은 돈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몸이 다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재취업부터 걱정하고 있던 당신에게 암보험은 희망 자체였다. 보험금 덕분에 어머니는 석 달간 회복하는 데만 전념할 수 있었다. 건강이 회복됐을 때에야 비로소 다시 취업했다.

▶이 글은 2012년 삼성생명이 주최한 보험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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