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17일 지난해 말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둔 업종을 발표했다. 예상치 대비 조선은 145.1%, 화학은 70%, 건설은 50.5%씩 각각 밑도는 실적을 보였다는 것. 자동차와 금속 업종도 예상치에 각각 14.3%, 17.1%씩 못미쳤다. 반면 반도체는 예상치를 2.2%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이 증권사 노근환 연구원은 "국내 주요 200개 기업 중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곳은 114개로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80%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했다"며 "이 기업들의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2월 말 컨센서스(평균 추정치) 대비 18%, 순이익은 30%를 밑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의 실적도 컨센서스 대비 30% 가량 못미칠 것으로 가정할 경우 주요 200개 기업의 지난해 지배주주지분이익은 86조4000억원에 그친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는 지난해 말 컨센서스였던 94조7000억원보다 10%가량 못미치는 수준이다.
노 연구원은 "수치만 놓고 보면 기업들이 어닝 쇼크에 가까운 실적들을 발표하고 있다"면서 "코스피 지수는 올들어 1% 수준으로 하락하는 데 그치는 등 차분한 조정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4분기 실적을 어닝 쇼크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문제는 향후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추가적으로 하향조정되면서 투자심리가 더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4분기 어닝쇼크에 이어 올해 1·2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모두 하향조정되고 있다"며 "1·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주 대비 각각 0.1%, 0.2% 감소한 것으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손해보험, 호텔·레저, 가전, 정유업종에 대한 이익 전망치가 큰 폭으로 내려간 반면 자동차부품, 방송·엔터, 식품, 제약업종은 상향조정됐다.
다시말해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추정치가 상향조정되고 있는 업종들 내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는 기업들은 그 희소성으로 다른 때보다 더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수헌 SK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실적이 본격적으로 둔화된 지난해 2분기 이후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다음 분기 실적이 상향조정 되는 종목들이 그렇지 않은 종목들 대비 높은 초과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전반의 실적 관련 지표들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 있는 성장스토리, 혹은 실적 개선에 대한 밝은 전망이 나오는 소수의 기업들이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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