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암·인공관절·모발이식까지…로봇수술 전성시대

입력 2013-02-18 15:31   수정 2013-02-20 09:45

헬스 트렌드

"한국 로봇수술 배우자"…세브란스 트레이닝센터에 외국 의사·간호사 몰려




어린 학생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기타를 치고 몸을 흔드는 로봇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로봇의 다양한 쓰임에 대해 배운 학생들은 수술실로 이동해 의사 선생님과 함께 인간의 손을 따라 미세하게 움직이는 수술용 로봇을 직접 조정해본다. 전국의 초등학생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세브란스병원의 사회공헌활동인 ‘세브란스 로봇 체험교실’ 현장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에서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항상 조기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로봇수술을 도입한 이후 10여개의 질환 분야에서 연간 1800여건의 로봇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9000여건의 수술을 집도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표준 수술법을 개발, 발표했다. 2011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로봇수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배경이다.

◆정보기술(IT)과 의료 융합

영상진단의학 분야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발전해온 것처럼 의료 산업도 IT가 적용되면서 점차 첨단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봇수술이다.

로봇수술은 의료진의 수술능력을 향상시키고 환자에겐 더 나은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규모가 크고 학문적인 연구 기관이 포함된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 클리블랜드 클리닉(The Cleveland Clinic)을 비롯한 다양한 병원에 1900여개의 로봇수술 시스템이 도입, 전립선암 수술의 85%, 부인과 암수술의 70%가 로봇수술로 진행된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칸디나비아 등 유럽에서도 비뇨기과는 물론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 직장(결장)암에 따른 자궁절제술에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아시아에서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일본엔 2009년 일본 제약 및 의료 등록기관(PMDA)으로부터 로봇수술이 승인된 이래 현재 70대가 넘는 수술로봇기가 도입됐다. 국내에선 2005년 7월 세브란스병원이 처음으로 다빈치 로봇수술을 시작한 이래 현재 서울의 대형 병원과 경북대병원 동아대병원 등 전국 30여개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수술로봇은 전국적으로 36대가 운용 중이며, 전 세계에서 로봇수술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로 손꼽힌다.


◆로봇수술 강국으로 부상

미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도입은 늦었지만 최근 우리나라가 거둔 로봇수술 성적은 놀라운 수준이다. 젓가락 문화에 기반한 섬세하고 정교한 수술 실력을 지닌 우리나라 외과의들은 로봇수술 분야에서도 뛰어난 손 기술을 보이면서 로봇수술의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로봇수술 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한 세브란스병원은 2009년 아시아 공식 로봇수술 교육센터로 지정됐다. 지금까지 미국 일본 이탈리아 등 25개 국가에서 600여명의 의료진이 1개월~1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다빈치 로봇수술법을 배우고 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에 있는 로봇수술 트레이닝 센터에선 다른 나라의 센터와 달리 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40여명의 의사가 로봇수술을 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기본 트레이닝 외에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는 것을 보려는 외국 의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인당 3000달러인 단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외국인 의사·간호사는 매달 20여명이 넘는다.


연간 72만달러에 달하는 부가적인 수익이 창출돼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매년 열리는 ‘연세 라이브 심포지엄’에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각국에서 400~600여명의 의료진이 몰리는 등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로봇수술의 발전은 의료산업의 발전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스웨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립선에 개복수술을 한 환자가 49일 후 직장으로 돌아간 것에 비해 로봇수술을 받은 사람은 평균적으로 11일 후 업무복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안한종 교수팀은 2007년부터 4년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경과를 살펴본 결과, 개복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을 받은 환자의 배뇨 조절과 발기능력 회복 속도가 각각 2.68배, 2.52배 빠르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로봇수술이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도와 정상적인 사회생활 복귀 시점을 앞당긴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다빈치 트레이닝센터

다빈치 로봇수술에 대한 트레이닝을 진행할 수 있는 교육센터. 현재 국내에서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유일하다.

이준혁/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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