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묻지마 구직 100곳 넘게 떨어졌죠
남에게 보여줄 직장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 찾자
aT 인턴 기회 정직원처럼 생각하고 일해
정직원 됐으니 이젠 사장처럼 일해야죠
‘삶은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37기 신입사원 진태훈 씨(29)가 이 말의 증인이다. 그는 2010년 6월 말 ROTC(46기) 장교로 전역한 뒤 자신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목록)’를 작성했다. 내용은 ①aT에 입사하기 ②부모님께 가족여행 시켜드리기 ③신문에 이름 나가기 ④책쓰기 ⑤대한민국 유통전문가가 돼 인재를 양성하기였다.
하지만 버킷 리스트를 쓰고 나서 첫 번째 꿈을 이루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2년의 시간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인내’를 배우게 됐습니다.”
터널의 끝에 다다르자 빛이 쏟아졌다. “기자님과의 만남으로 벌써 버킷리스트 세 가지를 달성했습니다.” 배추 수매를 위해 전남 해남에 출장 중이던 진씨는 새벽 2시에 잠이 들었지만 5시에 일어나 KTX를 타고 서울로 왔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서다. ‘몸은 피곤하지만 날마다 휘파람을 분다’는 진씨를 지난 15일 늦은 오후 서울 양재동 aT 본사에서 만났다.
○나를 바꿔보고 싶어 ROTC 지원
장교출신 답게 그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는 남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에 학교와 학원만 오가는 ‘다람쥐 학생’이었다. 아침 7시부터 밤10시까지 온종일 책상 앞에만 앉아있었던 고교 3년.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강원대 원예학과에 입학했다. 남자로서 원예학과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했다. “고3 시절 우연히 한 식물을 봤습니다.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잡초라고 불렀지만 그 식물에겐 나름의 이름이 있었죠 . ‘꽃마리’라는 이름. 그냥 잡초라는 이름으로 뭍힐 우리 곁의 수많은 풀잎들의 이름을 알리고 밝혀주고 싶었습니다”
다시 10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기자가 물었다. “책상 앞에만 앉아있는 ‘야자(야간자율학습)’는 하지 않고 전문가를 찾아 제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질문하면서 살아있는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대학에 간 그는 “나를 바꿔보고 싶어 ROTC(학군장교)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군에서 꾸준히 연습한 결과 먼저 부대원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고 소대원들을 이끌수 있는 리더가 됐습니다.” 소대장 시절 부대 내 ‘검정고시 동아리’를 만들었다. “여러 형편으로 공부를 중단한 부대원을 돕고 싶었어요. 동료들의 도움으로 복무 중인 2년간 15명이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검정고시 동아리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00군데 탈락 뒤 잡은 청년인턴 기회
원예학과와 장교 출신. 어울리지 않은 경력은 직장 구하기에도 쉽지 않았다. “전역 뒤 취직만을 위해 무조건 ‘묻지마 지원’을 했습니다. 아마 100군데 이상 떨어졌던 것 같아요.” 그렇게 수없이 떨어진 뒤 깨달음을 얻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직장이 아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직장을 찾자고 다짐했죠.”
마침내 2012년 봄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aT의 청년인턴 프로그램.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씩 그 기회를 굴려서 더 크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간절함이 있는 진씨를 면접관은 알아봤다. 지난해 4월21일부터 11월30일까지 aT강원지사에서 7개월간 청년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는 찾아온 기회를 확실히 붙잡고자 추가로 2개월간 인턴을 늘려달라고 부탁해 일했다.
때마침 지난해 12월 하반기 공채가 진행됐고 청년인턴 동기 21명이 지원(6명 합격)했다. 올 1월14일 합격자를 발표하던 날. 진씨는 그날을 생생히 기억했다.
“지방 출장을 갔는데 선배님이 ‘너 합격했더라’고 알려주셨어요. 인턴으로 하던 일을 쭉 하게 됐고 더 이상 다른 곳에 원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습니다.”
○인턴 땐 정직원처럼, 정직원 땐 사장처럼
대학시절 던킨도너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짐한 게 하나 있었다. ‘알바생이 아니라 점주처럼 일하자.’ 이 생각으로 일했더니 매장점주가 그를 매니저로 대해줬다. 이 생각은 aT청년인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난 인턴이 아니라 정직원이다’고 생각하고 일했어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정말 정직원이 되더라고요. 중요한 건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그는 3~4월에 뽑는 청년인턴의 기회를 꼭 잡으라고 취업준비생들에게 당부했다. “저는 똑똑하지 않았기에 자꾸 선배님을 찾아서 조언을 구했어요. 부족함이 오히려 제게 기회를 준 것이죠.”
인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일하는 현장에선 무뚝뚝한 농부 어르신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이 큰 목소리로 인사하는 거였어요. 인사만 잘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신문스크랩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쓰는 연습을 해왔다는 진씨는 필기시험은 부담이 없었다고 했다. “신문을 보면서 세상이 열렸어요. 지금도 매일아침 출근길 30분을 저는 스마트폰 대신 신문을 봅니다.” 최종면접 때 ‘aT에서의 10년 커리어플랜이 뭔가’에 대한 질문을 받은 진씨는 인턴 때 가진 유통의 꿈을 이야기 했다 “10년 안에 한국농수산식품 유통 분야에서 대통령상을 받고 싶습니다. 20년 후에는 그 분야 전문가가 되어 또 다른 후배들을 키우고 싶습니다.”
인턴 때는 정직원처럼 일했는데 정직원이 되자 생각을 바꿨다는 진씨에게 이젠 어떤 생각으로 일하냐고 묻자 “사령장을 받은 1월21일 ‘사장처럼 일하자’고 다짐했습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의 버킷 리스트 다섯 번째 꿈이 벌써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CEO가 취업준비생에게 보내는 편지 김재수 사장
취업준비 중인 청춘들에게!
몹시 추웠던 지난 겨울, 어제는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절기상 우수(雨水) 였습니다. 이제 곧 꽃피는 봄도 머지 않았음을 절기상으로 알 수 있지만, 취업을 준비 중인 많은 청춘들의 맘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처럼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을 것입니다.
인생을 앞서 살고 있는 선배지만 그 어떤 위로와 희망의 말을 전한 들 조급함에 응어리진 가슴을 매만지고 달래주기에는 부족함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aT도 신입사원을 채용했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사원부터 37살 늦깎이 사원까지 다양한 이력과 경력을 가진 그들의 공통점은 다들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실력도 뛰어났지만, 실력을 뛰어넘는 열정과 패기, 남다른 경험이 면접위원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고, 결국 합격의 영광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위 스펙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최우선일 것입니다. 그러나 스펙 좋은 인재가 꼭 기업이 원하는 좋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기업도 작은 사회인 만큼 상호간의 소통과 인간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공동의 목적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협력과 협동의 정신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덕목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덕목을 기르고 열정과 패기를 가진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경험과 함께 성실함과 적극성, 창의력을 가진 인재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또 자기만의 스토리가 만들어 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급함이 해결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멀리 미래를 내다보면서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 그 속에서 나의 존재와 가치를 확인하고 보람을 찾을 만한 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젊음의 특권인 도전정신과 패기로 암울한 이 시대를 현명하게 잘 견뎌내리라 믿으며, 다가오는 봄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기쁜 소식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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