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영 기자] 씨엔블루와 저작권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크라잉넛이 다시 한 번 공식입장을 밝히고 사건의 전말과 속내를 상세히 전했다.
크라잉넛은 2월18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유쾌하지 못한 일로 인사드려 송구스럽다”며 “열심히 음악하는 씨엔블루에게 나쁜 감정이 있거나 뭔가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혀두겠다”고 해명, 말문을 열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대기업으로부터 공식사과를 받았다. 씨엔블루 측에도 저작권에 대해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다른 이의 곡을 AR로 립, 핸드싱크하고 결과물이 DVD로 발매까지 되었음에도 불구, 방송국의 눈치만 보며 어쩔 수 없었다며 감정에 하소연하는 듯한 행동은 프로답지 못해 보였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기사를 봤지만 무엇을, 어떻게 노력할지 대안은 없었다”며 “다시는 여러 뮤지션이 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판례를 만들어 재발을 막겠다”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 크라잉넛은 “만약 어떤 밴드가 비틀즈 노래를 AR로 틀어놓고 방송과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상황이 같았겠느냐”고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인디’의 개념과 창작물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 언급한 크라잉넛은 “옹졸한 선배라고 불리게 돼도 상관 없다. 다만 진실을 말하고 권리와 명예를 찾고 싶다”며 “씨엔블루 측에서 받게 될 법적배상금은 법률회사에 공탁, 인디씬 발전을 위한 저작권 기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크라잉넛 소속사 드럭레코드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씨엔블루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4000만원 상당의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크라잉넛이 2002년 발표한 ‘필살 오프사이드’를 2010년 6월 씨엔블루가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불렀고, 그 영상을 DVD에 수록해 판매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크라잉넛의 항의를 받은 Mnet은 잘못을 인정하며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씨엔블루 역시 “음원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소속 가수들이 무대에 오른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소속사 측의 불찰임을 인정한다. 이번 일을 교훈삼아 더 이상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하지만 사건 시점이 데뷔 초였던 만큼 방송사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씨엔블루의 방어적인 사과가 논란을 더 키웠고, 크라잉넛은 “최악의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며 강경대응 입장을 고수했다. (사진출처: 크라잉넛 공식 홈페이지)
다음은 크라잉넛 공식입장 전문.
인사 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크라잉넛입니다. 먼저 유쾌하지 못한 일로 인사를 드려 송구스럽습니다. 그동안 크라잉넛과 씨엔블루의 문제에 관해 심사숙고하며 사건을 냉철히 바라보려 노력하고 글을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먼저 열심히 음악하는 '씨엔블루'에게 나쁜 감정이 있거나 뭔가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사건의 발단은 2년전 2011년 가을 대기업쪽의 전화 한통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씨엔블루가 대만에서 DVD를 발매하니 크라잉넛의 ‘필살 오프사이드'’을 씨엔블루 라이브 커버 버전으로 써도 되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뜬금없이 무슨소리야?’ 하고 우린 어리둥절했습니다. 라이브에서 카피정도야 괜찮겠지만 DVD에 수록하는 것은 정중히 거절하겠다고. 그게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DVD에 우리곡이 수록된 채 발매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심하게 기분이 상했습니다. 나중에 우연찮게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라이브에서 우리의 연주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AR을 사용한 것입니다. 다시 DVD를 틀어보고서 우린 완전히 자존심이 상하게 되었고, 저작권법 저작인접권법이 이래도 되는건지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법적 대응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방송과 DVD 제작 배급의 ‘복제 배포권’ 문제는 방송사와 대기업 측에, 저작권, 저작인접권 문제는 씨엔블루 측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측에는 문제 제기를 하고 공식사과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씨엔블루측에도 저작권에 대해서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사과만으로 또 다른 잘못이 이어진다면 또 다른 피해 사례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군다나 법적인 선례가 없다면 힘이 없는 인디밴드들의 경우 굉장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예전에 씨엔블루 측은 ‘xxx’ 인디밴드와 표절시비가 있었던 사례가 있어서 우리도 법적으로 정확하게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법정공방으로 씨엔블루를 통해 노이즈마케팅이나 돈을 목적으로 잘나가는 밴드 앞길을 막으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저희 크라잉넛이 말하고 싶은 것은 저작권, 저작인접권 문제에 대해 너무 쉽게 간과하고 넘어가지 말고 정확하게 집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어떤 밴드가 비틀즈 노래를 AR틀어놓고 방송과 상업적인 용도로 쓰였다면 상황이 똑같았을까요?
그저 ‘방송국에서 시켜서 신인 뮤지션이니깐 그냥 립싱크했습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옹졸하게 딴지 걸고 그러십니까 선배님!’ 이렇게 넘어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다른 이의 곡을 AR로 립, 핸드싱크하고 DVD까지 발매가 되었는데, 방송국 눈치 보며 어쩔 수 없었다며 감정에 하소연하는 듯한 행동은 저희로서는 프로답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인디밴드 때문이어서 쉽게 보였을까?’ 아니면 ‘저작권에 관한 개념인식이 부족해서였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러는 와중 씨엔블루 측의 공식사과 발표문을 보았습니다. 기분이 좀 수그러들기도 하고 씨엔블루도 마음고생이 심했겠구나하고 솔직히 여러 가지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그렇지만 왠지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기사를 보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노력해야할지 대안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법적인 조치를 취한 이유는 다시는 여러 뮤지션이 피해가 없도록 판례를 만들어 재발을 막는 것입니다. (솔직히 좋은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거대 자본에게 진실을 말하고 당당하게 권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잘못을 인정했기 때문에 합의가 된 것입니다. 씨엔블루측에게도 진실을 말하고 권리를 찾는 것입니다. 이중잣대, 옹졸한 선배 어떻게 불리어도 상관 없습니다. 다만 진실을 말하고 권리와 명예를 찾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도 상처입히고 상처받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인디밴드 크라잉넛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씨엔블루측에서 받을 법적 배상금은 현재 저희 법률회사에 공탁해서 인디씬 발전을 위한 저작권 기금으로 쓰겠습니다.
씨엔블루도 일본에서 인디밴드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인디’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서 ‘독립’입니다. 자신들의 음악을 창조하고 자본의 구조 안에서 생산하고 나름의 독립적인 방식으로 유통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산물, 행동에 관해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인디’란 마케팅이 아닙니다. ‘정신’입니다. 독립운동을 하는데 어쩔 수 없이 위(권력)에서 시켰다고 자신의 잘못을 회피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실된 한번의 스트로크’부터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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