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캡틴 아메리카'…세계 경제 이끈다

입력 2013-02-19 17:06   수정 2013-02-20 00:47

美경제 낙관하는 이유…(1) 소비 늘고 (2) 기업투자 확대 (3) 제조업 컴백 (4) 셰일가스 붐

원유생산 1992년 이후 최대
시장 '공포지수'는 하락





“에너지 붐과 제조업의 부활이 미국 경제를 이끈다.”

재정지출 감축을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올 들어 한층 탄력 받을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1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경기회복을 주도해 왔던 소비지출 확대에 이어 에너지 산업과 제조업이 새로운 모멘텀이 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다시 글로벌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손 교수는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내 주요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선정한 경제예측 전문가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에너지와 제조업 부활

미국의 지난 1월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700만배럴로 1992년 1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에너지 자립’ 정책과 새로운 시추공법 개발로 셰일오일·가스(진흙 퇴적암층에서 뽑아낸 원유·천연가스) 생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7년 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손 교수는 “값싼 셰일가스 붐으로 원유 수입이 줄어 무역적자가 개선될 뿐만 아니라 에너지 관련 일자리 창출이 늘어나고 기업들의 각종 부담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노스다코타 등 미국 내륙 곳곳에 하나둘씩 생기는 원유시추 설비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이 미국 경제의 회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저임금을 찾아 중국 등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 공장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제너럴일렉트릭(GE)은 중국 공장 한 곳을 폐쇄하고 켄터키주 루이빌의 가전제품 조립라인을 다시 가동, 1000여명을 고용했다. 애플 IBM 캐터필러 포드 GM 등도 제조공장 유턴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제조업 부활이 만성적인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 외에도 집값과 주가 상승에 의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소비지출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상반기 127%에 달했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최근 105%로 하락했다. 가계의 소비 여력을 보태주는 요인이다.

○공포지수 5년래 최저 수준

시장의 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주가지수만이 아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올 들어 하락세를 거듭, 18일 현재 12.59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3월 초 정부 예산의 자동 삭감 조치라는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공포지수가 낮아지는 것은 투자자들이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올해 초 세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제지표가 비교적 잘 나오고 있는 데다 공화당이 정부 부채한도 확대 문제를 재정지출 삭감을 위한 압박용으로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며 “경기후퇴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실적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FT는 이날 데이터분석 기관인 팩트셋 조사를 인용, S&P500지수에 등록된 기업들의 올해 주당순이익이 지난해보다 1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제프리 이멜트 GE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경제가 지난해 말 회생하기 시작했음이 분명하다”며 올해 실적 전망을 낙관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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