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베테랑 무용수 정관영 씨 "남성들 고된 삶, 춤판으로 풀어냈죠"

입력 2013-02-19 17:16   수정 2013-02-19 22:08

22~24일 국립극장 '젠틀맨'서 열연


“큰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무용수의 모습이 아닌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 아빠, 직장인으로서의 제 삶을 가식 없이 보여주려 합니다. 좋은 남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평범한 남성의 진지한 고백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 함께 사는 여성들과 교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습니다.”

국립무용단 15년차 무용수 정관영 씨(42)가 ‘국립극단 예술가 시리즈’ 13번째 공연의 주인공으로 오는 22~2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작품 제목은 ‘젠틀맨’. 부제는 ‘남자를 춤추다’다.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좋은 남편과 아빠, 성공한 직장인, 존경받는 인간 등 사회와 가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는 중년 남성을 젠틀맨(신사)으로 표현했다”며 “이번 작품은 그런 젠틀맨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춤”이라고 설명했다.

풍물을 배우다 무용으로 진로를 바꿔 1999년 국립무용단에 입단한 그는 전통적인 흥과 장단을 가장 잘 이해하는 무용가로 평가받고 있다. 1994년 민속경연대회 대통령상, 1997년 KBS 서울국악제 풍물부문 은상 수상 등 타악기 연주 실력도 탁월하다. 그가 창작한 소고춤은 국립무용단의 대표적인 공연 ‘코리아 환타지’의 인기 고정 레퍼토리다.

1장부터 4장까지 구성된 이번 무대에서도 그의 장기인 소고춤과 북춤, 살풀이춤 등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 1장에서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직장인의 삶을 그린다. 그는 “여러 명이 등장해 발춤으로 경쟁을 표현하고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는 수단으로 소고를 등장시킨다”며 “후반부에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소고춤을 정장 차림으로 춘다”고 소개했다.

2장은 남편과 아내의 2인무다. 서로 바쁘고 피곤하다 보니 챙겨주지 못하고 각자 테두리 속에 갇혀 지내는 40대 부부의 갈등과 화해를 춤으로 표현한다. 3장에서는 그의 딸 재인(10) 양이 출연한다. 딸은 ‘슈퍼맨’ 같던 아빠가 직장에서 경쟁 상대에 번번이 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런 아빠를 위로하기 위해 ‘어젯밤엔 우리 아빠가’로 시작되는 ‘아빠와 크레파스’를 피아노로 연주한다.

그는 “3장은 해학적인 퍼포먼스 위주로 연극적인 요소가 많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여서 아빠들은 가슴이 뭉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4장에서는 빨간 카펫 위에 그가 독무를 춘다. 태어나서 현재까지 자신의 삶을 특별한 소품 없이 순수한 몸짓 언어로만 표현한다.

그는 “몸짓으로 표현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연극과 영화처럼 구체적이진 않지만 자신의 삶에서 공감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이번 작품을 안무한 이정윤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등 10여명이 출연한다. 연주는 전통음악연주단 바라지, 음악감독은 평론가 윤증강 씨가 맡는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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