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며 안보와 경제협력 기회로 삼아야
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硏 교수·러시아연방 변호사 sasha21@hanmail.net>
새해 벽두부터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동북아의 외교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요 4개국에 새로운 리더가 정해졌고 이제는 총성 없는 외교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동북아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안보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북한 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북핵 문제는 동북아의 문제이자 우리의 생존문제와 직결된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을 빌미로 일본이나 대만의 핵무장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더 나아가 동북아 전체에 핵 개발 도미노현상으로 확산되면 국제사회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 핵 문제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이고 강력한 제재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출구전략 준비도 함께 필요하다. 보다 강력한 제재와 강화된 대화가 함께 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북한의 핵 보유 대응책으로 주요 4개국의 인식차가 우리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실험을 용납할 수 없는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을 보면 북한의 핵 실험이나 핵무기 보유 자체보다는 ‘핵 확산방지’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라는 두 개의 축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북한체제 안정’에 무게중심을 가지고 있어 북한의 핵 보유도, 북한의 붕괴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에 일관성 있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푸틴 정부는 경제성장과 낙후된 동시베리아 개발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이라는 두 수레바퀴의 균형에 방점을 두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핵 보유 자체를 문제 삼는 한국이나 일본의 인식과는 큰 괴리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북한 핵을 용납하지 않을 것인지를 두고 국가 간에 의견이 다르다. 한반도 안보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 나갈 용기와 힘을 길러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한국식 방안을 제시하고 국제사회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선 미국과는 혈맹에 기초한 한·미 동맹을 굳건히 유지해 한반도 안정과 외부의 도발을 미연에 방지해야 하며, 중국과는 한 단계 더 성숙한 외교협력과 경제협력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러시아와는 외교협력 강화와 북한을 포함한 남·북·러·중 다자간 경제협력의 장을 함께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러시아 푸틴 정부의 신(新)동진정책을 잘 활용해 러시아와 다자간 에너지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고, 한국은 글로벌 이슈 선점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주도권을 가져 나가야 한다. 대북 정책에서는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며 한반도 안보와 북한 핵 억지력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해 도발에는 강경대응을, 경제협력의 길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과 미국이 지지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외교는 철저한 일방 국익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최근 들어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안보 역학구도에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북한 핵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과의 역사인식 문제와 독도문제,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문제, 러시아와 일본의 쿠릴열도(일본명 홋포료도) 영토문제 등 고차원의 방정식을 푸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박근혜 정부는 균형 잡힌 입체외교로 동북아의 상상력과 혜안으로 슬기롭게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북한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안보위기를 다자간 경제·안보 메커니즘 구축과 경제협력의 기회로 삼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자유 통일한국의 시계를 앞당겨야 한다.
차윤호 <경남대 극동문제硏 교수·러시아연방 변호사 sasha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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