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조선업, 마른수건도 짠다…원가절감 '골몰'

입력 2013-02-20 13:22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업종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이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방어를 추진하고 있다. 후판과 조선 기자재 등의 납품 가격 동결 혹은 인하를 통해 추가적인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후판 거래선 조절 등을 통한 원가율 방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 후판 공급사인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공급하고 있는 물량의 일부 '몰아주기'를 통해 후판 매입 가격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조선용 후판 국내 거래선 중 동국제강이 배제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동국제강은 현대중공업에 후판 60만t을 납품한 바 있고, 이는 동국제강 후판 출하량의 22%가량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한 증권사 철강 담당 연구원은 "기존 동국제강의 현대중공업 납품 후판 물량분이 오는 9월 고로 3기가 완공되는 현대제철로 많이 배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포스코와 현대제철로 국내 거래선이 좁혀지더라도 물량 증가에 따른 가격 조정으로 해당 철강사들의 이익률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엔저(低)로 일부 가격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일본 철강사들과도 단가 인하를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조선 시황 부진에 따른 건조 물량 감소로 후판 수요가 줄고 있다"면서 "국내 철강사들과 후판 가격과 물량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 중이고, 제시하는 후판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판 가격은 최근 수요 산업 부진으로 약세 기조를 이어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철강사가 조선 및 건설업체 등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을 나타내는 중후판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말 84.50를 기록, 2008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최근 가격 협상기를 맞아 철강사들은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조선사들도 지난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어서 인상을 받아들이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후판 외에 조선 기자재 부품단에서도 일부 단가 인하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 그룹이 사용하는 기타 장비를 동시에 구매, 통상 일정 부문 할인을 받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조선가 하락 기조와 함께 그동안 조선 기자재 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진 바 있다"며 "이 같은 기조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조치들은 상선 신조 시장 회복이 진척되지 않고 있고, 조선사들의 인도량이 내년부터 급감할 전망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재 전 세계 상선 발주량은 2007년의 2억7300만DWT에서 지난해 4554만DWT로 83% 폭락한 상태다. 국내 4개 조선사가 2년 수준의 작업물량을 확보해 타국 조선소 대비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지만 불황 여파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지난해 4분기 조선사들은 잇따라 시장 기대치를 밑돈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3.8% 급감한 543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평균)를 89.78% 밑돌았다.

양형모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선 신조 발주시장 침체는 수주잔고 감소로 이어져 대부분의 조선소가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현대중공업의 실적은 지난해 4분기가 바닥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단기간에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56조9000억원을 거두겠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10.3% 감소한 1조76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저선가물량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연간 영업이익률은 자체 조선부문은 4.4%,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2.8%, 현대미포조선은 1.5%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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