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트랙스 새로워 졌다는데 …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입력 2013-02-20 13:40  



"트랙스는 세그먼트(차급)를 파괴하는 완전히 새로운 차다."

20일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 리조트에서 열린 쉐보레 트랙스 발표 행사장. 글로벌 GM(제너럴모터스)의 호아킨 누노 웰란 수석엔지니어가 신차를 소개하며 강조한 말은 '새로움'이란 단어였다.

그는 "트랙스의 가치는 한국 시장에 1.4ℓ 터보 엔진을 얹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처음 선보이는 것" 이라며 "(엔진과 변속기) 파워트레인은 차별화 시키는 요소"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랙스는 현대차 아반떼 크기의 실내를 갖춘 국내 초소형 SUV 차종으로 나왔다. 이같은 신선함 때문에 온라인에선 출시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페이스 리프트(부분변경) 차가 아닌 100% 신차라는 점도 주목받는 이유다. 

가격에 대한 네티즌들의 궁금증은 폭발적이었다. 일부 언론 매체들이 트랙스 차값이 1700만 원부터 나온다는 오보를 낼 정도였다.

이날 신차를 시승하면서 든 생각. 트랙스가 내수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 썩 긍정적이진 않다. 깔끔하고 예쁜 디자인은 눈길을 끌었으나 무엇보다 차값은 걸림돌인 듯 싶었다. 트랙스가 소형차급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착한 가격'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컸다. 최근 들어 가격은 신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가장 꼼꼼히 따져보는 구매 항목이기 때문.  

트랙스 가격은 편의사양(옵션)을 조금 추가하면 2000만 원(1940만원부터 2289만 원)이 넘는다. 소형 SUV인 만큼 트랙스의 고객은 20~30대 젊은 세대다. 2000만 원이 넘어가면 차값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 층인 셈. 트랙스를 타본 일부 기자들도 "가격은 글쎄"란 반응을 보였다.

트랙스는 가솔린 1.4 모델만 시판된다. 또 4륜구동(4WD)은 없고 2륜구동(2WD)만 있다. 제품군이 적다. 최근 가솔린과 디젤이 함께 팔리는 차종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젤과 4WD의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 다만 유럽에선 트랙스에 적용 가능한 디젤 1.7ℓ 엔진이 생산되지만 한국GM은 동일한 엔진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향후 트랙스 디젤 출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초기 가솔린 모델의 시장 반응을 보고 디젤을 투입하는 전략을 짤 수도 있다" 면서 "한국 시장에서 디젤 없이 SUV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GM은 내수 및 수출 목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안쿠시 오로라 부사장은 "가능한 많이 파는 게 판매 목표" 라며 "시장 반응이 고무적이고 사전계약은 하루 평균 200대씩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 28일 사전계약을 받은 이후 현재 3000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트랙스가 처음 국내 소개되는 차라는 점에서 신차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싼타페와 K3 등이 1만 대 이상 계약 실적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오로라 부사장은 경쟁 차종으로 기아차 스포티지, 현대차 투싼 등을 꼽았다. 트랙스 가격은 경쟁차보다 평균 300~400만 원 정도 싸지만 크기나 성능은 떨어진다. 스포티지와 투싼을 포기하고 트랙스를 사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차라리 가격을 조금 더 낮추고 소형차 고객을 적극 공략하는 카드를 꺼냈으면 어땠을까.

제주=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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