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염색 청바지' 이탈리아 간다

입력 2013-02-20 17:03   수정 2013-02-21 04:30

동대문 섬유업체 에코야, 135억원에 기술 수출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5년 전 의류 도매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일을 냈다. 7명의 직원들이 도매업으로 연매출 20억원을 내다가 직물 염색사업에 뛰어들어 와인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와인으로 염색하는 청바지 기술’을 판 것이다.

토종 섬유업체 에코야의 이윤하 대표(사진)는 20일 “이탈리아 제직업체(원사를 염색한 뒤 원단을 짜는 회사) ITV와 10년 동안 에코야 기술(와인텍스)을 사용하는 로열티로 932억유로(약 135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프랑스 파리의 청바지 원단 전시회(데님 바이 프리미에르 비전)에 참가한 것이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매년 매출 규모에 따라 5~10%를 우리에게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감의 떫은맛을 내는 성분이 천을 염색하는 핵심이라는 점에 착안, 떫은 탄닌 성분이 들어간 와인으로 염색하는 새로운 시도를 성공시켰다.

와인으로 염색하면 비용이 더 많이 들지 않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와인 단가가 높기 때문에 와인에 물과 탄닌 가루를 적정 비율로 섞어 염색하는 작업을 수천 번 반복했다”며 “그 결과 친환경적인 생산과정은 물론 생산원가도 낮출 수 있었다”고 답했다.

에코야가 개발한 ‘와인텍스’는 일단 청바지 원단을 와인과 물, 탄닌 가루로 만든 염색물에 담근 뒤 친환경매염제로 화학작용을 일으켜 청바지 색깔을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전혀 들어가지 않고 물 사용량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단순한 청색만 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청색 톤과 바랜 듯한 색깔까지도 다 표현할 수 있다”며 “기존 화학염료로 염색하는 기법(인디고 염색)과 비슷한 비용으로 데님, 면, 실크, 가죽 등 모든 천연 섬유에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에코야와 계약을 맺은 ITV는 지난해 11월 말 와인텍스의 독점 사용권 계약을 맺고 현재 디젤, 리바이스, 타미힐피거 등 유명 청바지 브랜드들과 접촉 중이다. 최근 청바지 브랜드들이 여러 환경단체로부터 “물을 과다하게 사용하고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등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나쁜 회사”라는 공격을 받은 것도 에코야로선 좋은 기회라는 분석이다. 리바이스는 지난해부터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한 청바지를 내놓는 등 친환경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TV는 이탈리아 테라모에 있는 공장(사진)에서 와인텍스를 활용한 제품을 시험 생산 중이다. 이 대표는 “이탈리아의 저렴하고 품질 좋은 와인으로 ITV 공장에서 원단을 만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TV는 오는 5월 이탈리아에서 회의를 열고 와인텍스 기술로 만들 청바지 브랜드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바바라 지누티 ITV 대표는 이번 계약과 관련해 “에코야의 기술력과 신시장 개척 가능성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친환경 청바지 산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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