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을 맡는다. 게임산업협회는 96개 온라인·모바일 게임회사들의 모임으로 정치인이 협회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산업협회장은 보수가 없는 명예직이다.
게임산업협회(회장 최관호 네오위즈게임즈 최고운영책임자)는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남 의원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사회 후 곧바로 열리는 정기 총회를 통과하면 협회장 취임이 확정된다.
게임산업협회는 2004년 출범한 이후 6명의 협회장이 모두 게임업계 인사였다. 지난달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e스포츠협회장에 취임한 데 이어 남 의원이 게임산업협회장이 되면 게임업계 양대 협회장을 정치인이 맡게 된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전 의원의 e스포츠협회장 취임식에서 남 의원을 협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처음 논의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게임 규제 강화로 업계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5선 여당 의원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큰 남 의원을 영입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이후 여러 차례 설득했다는 설명이다.
남 의원은 2008년 국제 청소년 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한·중 국제 e스포츠대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는 등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져온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국회에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게임 규제 사안에 따라 업체 간에도 이해관계가 달라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협회장을 맡으면 업체들도 협회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 의원 측은 “게임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기보다는 이용자와 게임업계가 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이익단체의 장을 맡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국회법 29조는 국가공무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부 투자기관, 농협·수협 등을 제외하면 국회의원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셧다운제 강화에 대한 부모들의 의견도 이해하지만 실효성이 없고 과도하다는 업계의 불만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며 “정부가 강제하기보다는 업계가 자율적인 규제를 마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만이 아닌 이용자를 포함한 게임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뜻에서 ‘게임산업협회’ 이름을 바꾸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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