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요청으로 이뤄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과의 만남은 1시간가량 진행됐다. 이희범 경총 회장을 비롯한 25명의 회장단이 참석, 경제계의 주요 현안에 대해 건의하고 당선인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회동의 가장 큰 주제는 노사관계였다.
경총 회장단은 먼저 비정규직 문제부터 거론했다. 이 회장은 “정치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도입해 강제로 비정규직을 축소하라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굉장히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가장 큰 원인은 정규직 과보호다.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의 입장을 다 고려해서 지혜롭게 해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회장단은 또 “국내에서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고임금과 강성 노조”라며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도 2010년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제도가 시행됐는데 최근 일부 노동단체와 정치단체에서 이를 환원시키려는 시도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복수 노조와 관련해서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교섭창구의 단일화”라며 “단일화가 안 되면 기업은 1년 내내 협상만 하다가 일을 못한다”고 전달했다.
이어 “청년고용특별촉진법과 정년 연장도 경제 전체의 틀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정년 연장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전제돼야 하고 청년고용할당제는 노사 간 대타협이 필요한 문제로 지금 정치권의 법안대로 정년 연장을 하면 청년 일자리를 늘리지 못하는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앞으로 경총과 한국노총 등 경영자 대표 및 노동자 대표들과 긴밀하게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노동문제를 협의하겠다”며 “이를 통해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문제를 접근하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박 당선인은 “첫째는 노사 자율의 원칙으로 노사가 스스로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율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극단적 불법 투쟁 등 잘못된 관행은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며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총 회장단은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자칫 반기업정서가 확산돼 기업가정신이 갈수록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대신 정부 개입이 늘고 있다”는 우려도 전달했다.
정종태/이태명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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