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젠·페놀 등 유해물질 방류 발표에 기업들 "억울하다"

입력 2013-02-20 17:23   수정 2013-02-21 03:37

환경부, 163곳 발암물질 검출

기업들 "폐수처리 과정서 나와 공장 외부로는 유출안됐다"



환경부가 삼성 현대 LG SK 한화 등 대기업 계열사가 포함된 기업 163곳의 공장 폐수에서 발암·독성물질 등 유독물질이 검출됐다고 20일 밝혔다. 환경부는 향후 정밀 조사를 통해 위법 정도가 심각할 경우 검찰고발과 공장폐쇄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무단방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사 공장이 아닌 협력사 공장에서 나온 폐수에서 유해물질이 나왔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는 하루 2000㎥ 이상 폐수를 배출하는 업체 전체(318개)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유해물질 관리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163개 업체의 공장 폐수 또는 폐수 처리수에서 발암물질인 벤젠·비소, 신경독성을 일으키거나 인체의 장기를 공격하는 페놀·시안 같은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현행 수질환경보전법은 벤젠, 납, 클로로포름, 비소, 페놀 등 총 25종을 ‘특정수질유해물질’로 정해 환경부가 특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발된 163개 업체 중 71개사는 무허가 유해물질을 배출해 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고, 92개 업체는 미량의 유해물질이 나와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적발된 대기업들은 삼성전자(기흥공장)를 비롯해 현대오일뱅크 SK하이닉스(청주2공장) 기아자동차 한화케미칼 롯데칠성음료 CJ제일제당 쌍용자동차 등이다.

환경부가 이번에 조사를 벌인 것은 2002년 폐수배출업체 관리권한을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폐수 관리가 느슨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 정진섭 환경부 수질관리과장은 “이번 조사 결과 기업들의 내부 관리가 소홀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관리 감독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향후 5년마다 허가를 다시 받는 허가갱신제를 도입하고 감시단속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폐수처리 중간 단계에서 조사한 것을 부풀리거나 처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물질까지 고의성이 있는 것처럼 환경부가 발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경부의 조사내용을 확인해 보니 기흥공장의 폐수처리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화학 반응이 일어나 극소량의 유해물질이 나온 것”이라며 “폐수처리가 몇 단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공장 외부로 나가는 것에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화성공장에서 검출됐다는 유해물질을 작업 과정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협력사의 배출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는 와중에 기아차가 배출한 것처럼 단정짓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현대하이스코는 환경부 조사는 방류수를 검사한 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공장 내 폐수를 조사한 것이라고 했다. 어떤 물질이 포함돼 있는지 신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화학처리 과정에서 불순물이 포함되는 등 고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임원기/서욱진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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