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쏟아지는 회사채 대책…갈피 못 잡는 금융당국

입력 2013-02-21 08:59   수정 2013-02-21 10:08

이 기사는 02월19일(09: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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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화되는 회사채 시장 양극화
- 국책∙민간 연구기관, 다양한 해법 제시
- 금융당국 정책 기조는 '오락가락'

비우량 회사채 시장에 대한 정책 방향을 두고 국책∙민간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기관투자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초점 변화부터 신용평가제도 개선까지 내놓는 해법도 각양각색이다.

비우량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인해 기업들이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와 진단은 동일하다. 상황은 이런데 금융당국은 부서 간 의견 조율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화되는 회사채시장 양극화
18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BBB-등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는 작년 9월 이후 약 0.13%포인트 확대했다. 같은 기간 AA-등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는 약 0.13%포인트 축소했다.

BBB-와 AA-등급 회사채 수익률 간 격차도 커지는 추세다. 작년 8월 말 5.31%포인트까지 줄었지만 빠르게 확대돼 올 2월 초에는 5.6%포인트까지 늘었다. 작년 9월 웅진홀딩스의 전격적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투자자들이 기업의 신용위험에 민감해진 탓이다.

실제 신용등급이 낮거나 업황이 좋지 않은 업종에 속한 기업의 회사채 발행도 주춤해졌다. 작년 10월 BBB+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금액은 4600억원이다. 올 1월에는 1200억원으로 감소했다. 작년 1월 발행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3개월 동안 6800억원의 회사채가 상환됐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BBB+등급 이하 회사채는 6조2000억원에 이른다.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차환 발행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건설 해운 조선업 부문의 연내 만기 도래 금액은 8조4000억원 수준이다.

◆해법은 있나
시장 참여자들은 비우량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가 전체 자금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은행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출 취급기준이나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업종과 최근 재무상태가 악화된 비우량 기업의 부실이 경기 흐름에 후행해 표면화될 수 있다"며 "일부 부실기업이나 업종의 신용위험이 금융시장 전반의 시스템 위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정책대응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직접적인 지원 정책이 오히려 채권가격 왜곡 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감사원이 감사 초점을 바꾸면 비우량 회사채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감사원이 연기금에 대한 감사의 초점을 개별 편입 채권의 부실 여부에 두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연기금이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감사원이 연기금 전체 투자 목표에 부합하는 채권투자에 감사의 초점을 맞춰야 하위 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독자신용등급 시행 등 신용평가제도 개선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기업 변화를 뒤늦게 반영하는 신용등급이 회사채 시장의 거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등급이 고평가된 기업 때문에 동일한 신용등급 내 우량한 기업의 채권까지 유통이 안되고 있다"며 "회사채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신용평가정보가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유동성 지원보다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금융당국은 '오락가락'
시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회사채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실무 부서간 엇갈린 정책 행보마저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은 "올 들어 회사채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별다른 대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는 지난 6일 "회사채시장에서 비우량 건설사가 소외되고 있다"며 프라이머리 채권 담보부 증권(P-CBO) 지원 보안 방안을 발표했다. P-CBO 지원 대상을 대기업 계열 건설사까지 확대해 채권시장을 통한 건설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한 것이다.

증권사의 채권영업 실무자는 "채권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며 "정권 교체기라 새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명확한 정책 방향을 세우지 못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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