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부동산 침체에 稅부담 갈수록 커져
백화점 등 금고 판매 증가…디자인도 화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는 최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금고를 하나 구입했다. 10여년 전부터 현금과 귀금속 보관용으로 쓰던 금고가 있었지만 크기가 작고 낡아 새 금고를 장만했다. 그는 “주식 예금 등 금융자산 중 일부를 현금화해 갖고 있을 생각이어서 보다 큰 금고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 거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금고 판매가 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로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기 어려운 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강화되는 등 세금 부담이 커져 재산을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팔고 예금 해지해 금고에
주요 백화점들은 고액자산가들의 수요를 겨냥, 서울 강남과 신도시 지역 점포를 중심으로 금고 매장을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은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 강남점, 분당점 등에 금고 매장을 두고 있고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에서 금고를 판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울산점에도 금고 매장을 들여놓을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금고는 100만~400만원의 고가인 데도 수요가 많아 지방 점포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20일까지 현대백화점 금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증가했고,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한 금고 브랜드 ‘루셀’ 매장에서는 매달 25~30대가 꾸준히 팔린다. AK플라자의 인터넷쇼핑몰인 AK몰에서는 올 들어 금고 매출이 32%나 늘었다.
자산시장 침체와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것이 금고 판매가 증가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권혁준 신세계 강남점 루셀 매장 매니저는 “주가가 급락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금고 판매가 증가했다”며 “최근에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데다 금리마저 낮은 탓에 자산을 처분해 현금으로 보관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LU-2000’(253만원) 금고는 내부가 가로 34㎝, 세로 32㎝, 높이 64㎝ 크기로 5만원권을 가득 채우면 12억원이 들어간다.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부과 기준이 연 2000만원 이하로 하향 조정되는 등 부유층 과세가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남경욱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팀장은 “고액자산가 중에는 세원 노출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며 “세금을 피해 은행 예금마저 해지하고 현금을 갖고 있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에도 인기
젊은 층에서도 금고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권 매니저는 “매장 방문객 중 20~30대가 부쩍 늘었다”며 “꼭 현금이 아니더라도 예물반지나 여권 등 귀중품을 보관하기 위해 금고를 사러 왔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일부 고급 금고는 무게가 100㎏이 넘어 성인 남자 3명이 들어야 옮길 수 있고, 섭씨 1000도에서 한 시간 동안 견딜 만큼 내화성이 강해 귀중품을 안심하고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 금고 판매업체 측 설명이다.
유명 화가의 그림이나 금 수공예품이 전면에 들어가는 등 금고 디자인이 과거보다 화려하고 다양해진 점도 수요층이 넓어진 이유다. 국내 최대 금고 제작사인 선일금고의 권영석 마케팅팀 과장은 “단순히 재산보관용이 아니라 예쁜 가구를 장만한다는 생각으로 금고를 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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