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흙을 파괴하는 행위…동물보호도 이기심일 뿐
채식의 배신
리어 키스 지음 / 김희정 옮김 / 부키 / 440쪽 / 1만5000원
채식주의는 왠지 건강함과 도덕성의 대명사처럼 들린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피할 수 있고 ‘가엾은’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갈 곡물이 동물의 사료로 쓰이는 것에도 힘을 보태지 않으니 더욱 좋다. 이런 이유로 적지 않은 채식주의자들에게 채식은 생활양식을 넘어 종교가 되기도 한다.
《채식의 배신》의 저자 리어 키스도 마찬가지였다. 키스는 20년간 생선은 물론 유제품·달걀류 등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비건’(극단적 채식주의자)으로 살아온 급진적 환경운동가다. 그런데 이 책의 원제는 ‘채식주의의 신화(The Vegetarian Myth)’다. ‘신화’라는 말에 채식주의는 근거가 없고 잘못된 생각이란 뜻을 담고 있다. 그가 채식주의의 이면을 굳이 들추려 한 건 어떤 이유일까.
저자는 자신이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한 건 ‘무지’에서 벗어나 ‘정보’를 알게 되면서부터였다고 말한다. “알고 보니 채식주의는 허구였다”는 도발적인 주장이다. 그는 “채식주의에 대한 논의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채식주의자를 공격하려 이 책을 쓴 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채식주의를 비판하는 건 도덕적·정치적·영양학적 이유에서다. 그중에서도 중점적으로 반박하는 건 동물을 죽이는 잔인한 행위에서 벗어나려는 도덕적 채식주의다. 저자는 크게 △채식주의자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농업’이 사실은 지구 자체의 생명유지 기능을 파괴한다는 점 △인간도 먹고 먹히는 자연의 먹이사슬의 일부라는 점 △동물 권리 옹호론은 결국 인간 중심의 편협한 사고에서 나왔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이 주로 먹는 쌀, 밀, 콩, 옥수수와 같은 식물을 재배하는 행위가 결국은 생명의 출발인 흙을 파괴한다. 채식주의자들은 육우 사육으로 인한 우림지역 파괴에는 분노하지만 밀을 재배하느라 초원 지대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보지 못한다. 농업의 본질은 ‘파괴’이며 급증한 지구의 인구를 먹여살려야 하는 지금의 농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저자는 흙을 파괴하지 않으려 직접 텃밭을 꾸렸지만 결국 그곳에도 동물의 피와 뼈가 섞인 ‘거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자연의 먹이사슬의 일부라는 점도 강조한다. 넓은 의미에서의 ‘생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생명의 희생이 필요하고, 이를 거부하려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20년간 비건으로 살면서 퇴행성 척추 디스크와 저혈당증, 우울증 등 여러 가지 질병을 겪었다. 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한 후 병을 상당 부분 치료한 그는 고기를 다시 먹던 순간을 이렇게 회고한다.
“내가 20년 만에 처음 고기를 입에 넣는 순간 나는 성인으로서의 책임을 받아들였다. 한 생명이 살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이 죽어야 한다는 자연의 기본적인 방정식을 마침내 깨달은 것이다.”
저자는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관점이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동물에 투사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사냥하고 싶어하는 동물의 ‘동물성 본성’을 ‘정의’라는 인간의 개념으로 제거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싸우는 대상은 바로 자연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먹을 소고기 1파운드를 생산하기 위해 소에게 4.8파운드의 곡물을 먹이는 건 낭비’라는 정치적 채식주의도 반박한다. 채식주의자들의 주장대로 곡물만을 생산하려면 해법은 화학비료를 통한 대규모 생산뿐이지만 이는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는 영양학적인 설명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저자의 논점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지는 않다. 책의 여러 부분에서 채식주의자들의 반박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채식주의에 대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채식주의가 ‘신화’ 또는 ‘종교’로 흐르지 않도록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하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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