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바보로 압니까. 근로자들이 하루 3시간만 일하는 프랑스 공장을 사들일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르노 몽트부르 프랑스 산업부 장관은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받았다. 보낸 이는 미국 타이어제조업체인 타이탄인터내셔널의 모리스 테일러 최고경영자(CEO)다. 몽트부르 장관이 얼마 전 테일러에게 제안한 프랑스 타이어공장 인수를 딱 잘라 거절한 것이다. 테일러는 편지에서 “프랑스 근로자들은 점심 먹는 데 1시간, 떠드는 데 3시간을 더 쓴다”며 “나태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는 국가에 투자할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美 CEO “프랑스에서 일 못하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테일러가 보낸 편지는 해외 기업들이 프랑스 산업경쟁력에 대해 품고 있는 의구심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테일러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굿이어(또 다른 미국 타이어업체)의 프랑스 공장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강성 노조 때문에 협상에서 발을 뺐다. 몽트부르 장관이 공장 폐쇄를 막기 위해 다시 인수 제안을 했지만 테일러는 이번 편지에서 확실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테일러는 편지를 통해 “프랑스의 노조와 정부는 말만 많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지지부진한 노동개혁을 비판했다. 이어 “노조에 근무태도 문제를 제기했더니 ‘이게 프랑스 스타일’이란 답만 돌아왔다”며 “이런 문화로는 미쉐린(세계 2위 프랑스 타이어업체)도 5년 안에 자국 내 생산을 포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몽트부르 장관은 “이 편지는 프랑스에 대한 전적인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2만여개 외국 기업이 프랑스에 진출해 있다”며 “미쉐린보다 20배나 작은 회사의 CEO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비꼬았다.
두 사람의 설전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정부와 외국 기업 간 갈등의 연장선이란 분석이다. 프랑스에 진출해 있는 외국 기업들은 이곳의 근로문화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며 구조조정을 허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이에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다국적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이 프랑스 공장의 문을 닫으려 하자 정부가 “차라리 프랑스를 떠나라”고 경고한 게 대표적이다.
○외국 기업 유치 발목잡을까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의 외국 기업 유치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의 ‘반기업·친노조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어서다.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프랑스의 단위노동비(임금을 생산성으로 나눈 값)는 115.4로 유로존 평균(108.5)은 물론 스페인(105.9) 이탈리아(104.3)보다 높다. 수치가 높을수록 노동경쟁력은 낮다는 의미다. FT는 “프랑스 정부가 자신의 영토에 ‘투자하지 말라’는 표지판을 꽂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개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프랑스 노사가 지난달 11월 기업의 노동자 해고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합의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합의안에 따르면 기업들은 경영이 어려울 경우 인력감축을 할 수는 있지만 노조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조건이 달렸다. 합의안 자체에 반대하는 일부 노조와의 협상도 남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가 개혁을 통해 노동경쟁력을 갖추기까진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 정가은, 출장마사지男 집으로 불러서는…파문
▶ 女고생 학교 앞 모텔에 들어가 하는 말이…
▶ NRG '노유민' 커피전문점 오픈 6개월 만에
▶ 배기성, 음식 사업망하고 '폭탄 고백'
▶ 소유진 남편, 700억 매출 이젠 어쩌나? '쇼크'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