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빅데이터'도 미국인가

입력 2013-02-21 17:11   수정 2013-02-21 21:27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이제 구글이야말로 새로운 ‘애플’이다.” 구글과 애플의 주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나온 미국 언론의 반응이다. 구글 주가가 사상 처음 800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애플 주가는 사상 최고치(705.07달러)를 기록했던 지난해 9월21일에 비해 무려 35%나 급락했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글의 야심 어디까지?

눈길을 끄는 구글 뉴스가 또 있다. 비영리기구 ‘오픈 시크릿’이 공개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로비 금액이다. 여기서도 구글이 단연 1위다. 지난 한 해 정치권 로비에 쏟아부은 돈만 1822만달러(약 196억원)로 애플의 거의 10배다.

기업 성장 가능성과 정치권 로비가 무슨 연관성이라도 있다는 건가. 구글이 로비에 나선 이유들이 흥미롭다. 인터넷을 위축시킬 거라고 여기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 행위 금지법안 저지, 자신들이 개발한 무인자동차의 실용화에 관계된 각종 법령 정비, 프라이버시 문제 조율, 그리고 우수인재 유치를 위한 이민법 개정 등이다. 신사업들과 관련한 규제 이슈들이 대부분이다. 전년보다 로비 금액을 늘린 아마존이나 페이스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기술보다 법과 제도가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 정보기술(IT) 화두는 단연 ‘빅데이터’다. 구글 등이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벤처캐피털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미국 등 각국 정부도 빅데이터가 새로운 성장과 일자리를 몰고 올 거라고 장단 맞추기 바쁘다. 과연 그런가.

빅데이터는 모빌리티(이동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라우드 등 IT의 다른 메가트렌드와 밀접하게 엮여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빌리티를 뒷받침하기에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SNS 등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데이터들이 시시각각 쏟아진다. 이런 비정형 데이터로부터 의미 있는 정보를 해석해 내는 게 바로 빅데이터다. 그냥 놔두면 쓰레기로 버려질 걸 분리 수거해 재활용하는 것으로 보면 딱 맞다. 그리고 클라우드는 SNS나 빅데이터 서비스를 운영,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 모든 게 맞물려 빅데이터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 데이터라는 게 그리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인터넷은 초국가적 인프라지만 데이터 자체로만 보면 ‘데이터 주권’ ‘저작권 문제’는 물론 ‘프라이버시’ 같은 매우 민감한 이슈들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빅데이터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들로서는 큰 위험요소들이다. 로비를 통해서라도 이런 불확실성을 줄이지 않으면 혁신은 어렵다.

'칸막이' '규제'부터 없애라

그렇다면 누가 이를 극복하고 빅데이터 혁명을 주도할 건가. 또 미국이라는 분석이다. 왜냐고? 그래도 미국은 프라이버시 정책이 유연하다. 국가 이익, 소비자 후생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면 ‘혁신’과 ‘프라이버시’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하면 유럽연합(EU)의 프라이버시 정책은 완고하기 이를 데 없다. 지금 미국과 EU 사이에는 프라이버시 정책이 ‘무역장벽’으로 부상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빅데이터 혁명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하지만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박근혜 정부에서 빅데이터가 창조경제의 핵심 아젠다가 될 거란 얘기도 마찬가지다. 이게 어디 기술의 문제인가. 정부 IT조직을 붙였다 뗐다 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온갖 칸막이’와 ‘낡은 규제’부터 없애지 않으면 빅데이터는 어렵다. 아니 ‘스몰’데이터조차 안된다. 미국이 IT를 계속 선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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