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3배' 몸값 못한 자사高

입력 2013-02-24 16:52   수정 2013-02-25 04:17

입시업체 하늘교육 분석

추첨 선발로 차별화에 실패…정부 "명문대 입시용 아니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명문대 진학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고에 비해 등록금은 3배나 비싸지만 추첨으로 학생을 최종 선발하는 등 제도적 미비로 적어도 대학 진학에서는 일반고와 차이점이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입시업체 하늘교육에 따르면 전국 15개 자사고의 2013학년도 서울·연세·고려대 진학자는 499명(재수생 포함)으로 올해 졸업생 대비 10.0%에 그쳤다.

○서울지역 일반고보다 저조한 진학실적

올해 첫 졸업생을 낸 전국 자사고 19개교 가운데 진학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4곳을 제외한 15곳 중 졸업생의 10% 이상을 ‘SKY대(서울·고려·연세대)’에 진학시킨 곳은 서울 세화고(26.1%), 경기 안산동산고(19.9%), 부산 해운대고(19.2%) 등 3곳에 불과했다. 서울지역 외국어고의 SKY대 진학률이 5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진학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특히 동성고(5.8%) 중앙고(5.7%) 한대부고(5.4%) 등 서울 5개교를 포함한 7곳은 서울지역 일반고의 SKY대 평균 진학률(6.0%)을 밑돌았다.

일반고 시절이던 지난해 SKY대 진학률과 비교해도 자사고로 바뀐 뒤 특별히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화고만 전년도 16.9%(85명)에서 26.1%(98명)로 9.2%포인트(13명) 상승했을 뿐, 나머지는 2~4%포인트 향상되는 데 그쳤다. 해운대고는 전국 선발이 가능한 자립형 사립고에서 추첨 선발인 지역단위 자사고로 변경해 SKY대 진학률이 30.9%(56명)에서 19.2%(41명)로 하락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상위 3개교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자사고는 일반고와 거의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자율’이 어려운 제도적 결함

자사고의 명문대 진학 적이 부진한 것은 출범 당시부터 예견됐다고 교육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해당 학교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2009년 자사고를 지정하며 밀어붙였다는 것. 특히 외국어고 등 특목고들이 시험·내신·면접 등으로 자체 선발하는 데 비해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 상위 30~50% 학생 가운데 추첨으로 선발하는 방식이어서 학생 모집에서부터 자율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정부가 자사고의 커리큘럼 구성이나 교육과정 운영 등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진학 실적이 좋은 자사고는 이전의 일반고 때도 지역의 명문학교로 평가받던 곳”이라며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나 받는데도 좋은 입시 실적을 내지 못한다면 학부모들이 자사고를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전국 49곳의 자사고 가운데 서울 5곳, 지방 7곳 등 12곳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며 서울 숭문고는 4년 연속 미달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고위관계자는 “자사고는 고교를 다양화하고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지정했으며 소위 명문대 진학률을 늘리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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