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사진)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667회 정기연주회는 1년여간의 상임지휘자 공백을 무색케 하는 안정적인 앙상블을 보였다.
지난해 3월 제666회 연주회가 취소된 이후 1년여 만에 재개된 이 연주회에서는 현재 공석인 지휘자를 대신해 프라하 국립오페라단의 음악감독 레오스 스바로프스키가 지휘봉을 잡았다. 협연자도 프라하 방송교향악단의 전속 연주자인 피아니스트 얀 시몬이 맡았다. 연주곡은 체코 출신의 작곡가 드보르자크와 스메타나의 곡으로 채워졌다. 연주회의 부제는 ‘프라하에서 온 편지’다.
1부는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협주곡 G단조 작품번호 33번’이었다. 다른 작곡가들의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과 비교해 화려하다고 할 수는 없는 곡이다. 스바로프스키는 오케스트라 전체를 보듬는 듯한 세심한 지휘를 선보였다. 곡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동작의 크기와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단원들의 표정은 긴장 탓인지 시종일관 굳어 있어 뚜렷이 대조됐다. 연주도 초반부는 단원들의 표정만큼이나 굳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피아노가 가세하면서 흐름을 되찾았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결’을 벌이는 협주곡이 아닌 드보르자크의 바람처럼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의 구성원으로 참여한 연주였다.
청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런 반응에 고무된 시몬은 앙코르곡으로 쇼팽의 ‘녹턴 13번 c단조 작품번호 48-1번’과 ‘스케르초 1번 b단조 작품번호 20번’ 등 2곡을 연달아 들려줬다. 군데군데 화려한 기교를 뽐내면서도 전체적으로 서정적인 연주로 박수를 받았다.
2부는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6곡 가운데 처음 4곡을 연주했다. 하프 2대의 꿈결 같은 선율로 시작하는 첫 번째 곡 ‘비셰흐라드’에선 잠시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지만 다음 곡인 ‘블타바(몰다우)’로 넘어가면서 연주에 완전히 몰입하며 앙상블도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 곡 ‘샤르카’와 마지막 곡인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는 능숙한 완급조절 능력을 보여줬다.
열연을 펼친 스바로프스키는 앙코르곡으로 드보르자크의 ‘슬라브 무곡 8번 작품번호 46번’을 선보였다. 몸이 완전히 풀린 오케스트라는 역동적인 연주로 음악회를 마무리했다.
전체적으로 KBS교향악단의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주회였다. 오는 7월로 상임지휘자 선정작업이 마무리되면 명문으로 손꼽혔던 KBS교향악단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연주가 끝날 때까지 굳어 있는 단원들의 표정이었다. 전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가 끝나고 단원들이 서로 포옹하고 악수한 뒤에 퇴장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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