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흥행사를 써 온 ‘살아있는 전설’ 강우석 감독(53·사진)이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4월 개봉 예정)으로 돌아왔다. 2003년 ‘실미도’로 사상 첫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강 감독은 ‘투캅스’ ‘공공의 적’ 시리즈까지 20년 전 영화사를 차린 이후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는 흥행사. ‘전설의 주먹’은 학창시절 무용담을 날렸던 파이터들이 20여년 만에 오디션 리얼TV쇼에 출연해 대결하는 이야기. 강 감독이 운영하는 배급사 시네마서비스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지금 무척 신이 나 있습니다. 몇 년간 짓눌린 느낌으로 찍다가 비로소 편안한 옷을 입은 듯합니다. ‘투캅스’와 ‘공공의 적’을 찍었을 때의 그런 기분입니다. 자신감이 지나칠까 걱정될 정도예요. 싱싱한 영화를 찾던 중 20대가 봐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영화를 건졌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내게 맞는 영화 말이죠. 예전처럼 유머코드를 많이 넣었어요. 그게 먹힌다면 ‘강우석 살아있네’란 소리가 나올 겁니다.”
그는 지난 4~5년간 자신의 영화가 늙지 않았나 고민했다고 한다. 변신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끼’(2010)와 ‘글러브’(2011)를 연출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자신 있게, 후회 없이 찍지는 못했다고 한다.
“‘글러브’는 간신히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그쳤어요. 나이가 들면 영화가 왜소하고 착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관객이 덜 들었나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제 작품에 대해) 강한 비판이 나와도 관객과 붙는다는 생각으로 찍었어요. 그러면 독특한 영화로 재미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흥행에 성공했지요. ‘투캅스’나 ‘실미도’는 누가 뭐라 해도 개의치 않고 찍었어요. 결국, 나이가 아니라 사고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전설의 주먹’의 주인공은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등이다. 극 중 황정민은 한때 나쁜 길로 빠졌지만 이후 국숫집을 하다가 TV에 출연한다. 그를 캐스팅한 이유는 싸움꾼이 아니라 일반인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윤제문은 고교 시절에 싸움을 잘했을 것 같은 무대포 같은 면모가 있어서다. ‘잘생긴 짱’ 출신인 유준상은 대기업 부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방송사에서 연락이 오자 회사에서 TV쇼에 내보낸다.
“처절한 격투 영화는 아닙니다. 홈코미디처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마초남들이 싸워 이기고 지는 것만 보여주면 재미 없잖아요. 메인 드라마는 가족이고 우정이죠. 그 사이에 액션이 들어갑니다. ‘실미도’에는 여자가 출연하지 않지만 여성 관객이 55%였어요. 드라마가 좋아서였죠. 관객들이 가슴을 적시고 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강 감독은 신인 때 만든 영화 4편이 실패했지만 1993년 강우석프로덕션을 차린 후 연출한 영화들은 흥행에 전부 성공했다. ‘투캅스’ 1, 2편은 1990년대 최고 흥행작이고 2000년대에는 ‘공공의 적’ 시리즈도 대성공했다.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자신이 설립한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를 통해 거의 다 잃었다. 30편 정도의 투자작들이 쫄딱 망했다고.
“돈이 사라지고 나서야 흥청망청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뒤늦게 깨닫고 영화에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영화 시장은 확 변했어요. 영화가 문화생활거리가 됐어요. 요즘 극장에 가면 놀라워요. 50~70대분들도 눈에 많이 띄거든요. 예전에는 노인들이 극장에 오는 것을 눈치 봤어요. 이런 추세를 지속시키려면 재미있는 영화를 계속 내놔야겠지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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