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앞길은 더욱 험난할 것이다. 세계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 도발을 차단하면서 장차의 급변사태에 대응해 통일시대도 준비해야 한다. 정치·사회 등 국정 시스템 전반을 개혁해야 할 책무도 안고 있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러나 낙담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만 해도 다른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그런 일이었다. 기어이 맨땅에서 제철소와 조선소를 세웠던 저력을 유감없이 보였다. 정부 관료들조차 될 일이 아니라고 말렸던 반도체와 자동차는 지금 세계 정상이다. 전후 독립국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힘은 모두 여기에서 나왔다.
새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인들이 이런 성과를 일군 주역이라는 사실이다. 박정희 정부와 옛 소련의 스탈린 정부가 다른 점은 국가가 자원을 독점하지 않고 기업이 뛸 수 있게 뒷받침한 것이었다. 관료들이 민간을 리드할 수 없다는 것은 경제개발계획을 폐기한 YS정부 때 이미 확인됐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인수위원회가 국정 로드맵에서 소위 경제민주화에 따른 분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념정리를 해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장관 후보자들이 취임도 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 한국이 낡은 체제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방증할 뿐이다. 퇴직 관료들에 대한 전관예우 같은 고질적인 기득권 역시 청산되어야 마땅하다. 길거리 대중민주주의에서 먼지 없는 성숙한 민주주의로의 전환,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성공적인 안착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대한민국 4.0이 없으면 4만달러도 없다. 새 정부는 과업이 많은 것에 굴복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앞으로 달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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