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속살 가득찬 울진대게, 입안에서 살살 녹네~

입력 2013-02-24 17:00   수정 2013-02-24 23:15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

대게 맨손 잡기 등 다양…후포항에서 다음달 3일까지




울진은 소박하고 정갈하다. 어부 그물망의 은빛으로 빛나는 생선 조각들처럼 일상의 활력이 곳곳에 숨어 있다. 새벽 나트륨 불빛을 받으며 잡은 생선을 위판장에 늘어놓는 어민들의 손길에도, 불영사 비구니 스님들의 독경 소리에도 울진은 고아한 매력을 담고 엷은 미소를 짓는다. 영덕에 가려 제값만큼 이름을 빛내지 못하는 울진대게 또한 울진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살이 꽉 들어차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감탄을 금치 못하는 대게처럼 울진은 자신의 매력을 다소곳이 숨기고 있는, 부끄럼 잘 타는 새색시의 자태로 다가온다.

바다는 지난 밤 쌓였던 먹물 같은 피로를 내몰고 시린 숨결로 다가왔다. 새벽 포구의 바람은 옷깃 속을 파고든다. 포구의 가뭇한 불빛은 감은 눈을 억지스레 뜨는 어린아이 모습처럼 정겹기만 하다. 위판장엔 아직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는 공터는 스산하기만 하다. 잠시 바다로 눈을 돌리고 포구의 형상을 카메라의 망막으로 옮겨오는 동안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위판장 바닥에는 잡아온 고기들로 그득하다. 문어가 대부분이다. 전라도에서 홍어가 잔치는 물론 제사상에도 반드시 올려지는 것처럼 울진에서는 문어가 홍어 이상의 대접을 받는다.

문어는 생각보다 몸집이 거대하다. 거의 어린아이만한 크기의 문어가 어슬렁거리며 위판장 바닥을 기어 다닌다. 바다를 향해 슬그머니 도망치는 문어를 발견하고 재빠르게 다리를 잡고 올려 세운 아낙은 한동안 웃음을 머금었다.

후포항에선 특히 해돋이가 일품이다. 어떤 이는 해가 돋는 장관을 보며 ‘태양을 켠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햇살이 부옇게 부챗살처럼 항구를 어루만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환하게 수만 촉의 전등을 켜놓은 것처럼 주변을 환하게 비춘다. 7번 국도를 따라 울진의 북단으로 올라가다 보면 또 하나의 포구가 보인다. 죽변항이다.

어느덧 날은 환하게 밝았다. 죽변항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밤새도록 바다와 씨름하며 건져 올린 대게들이 어느새 일렬종대로 늘어서 있다. 다리가 두 개쯤 떨어져 상품 구실을 못하고 제 동료들 틈에 끼지 못한 놈들은 서운한 눈빛으로 저만치 물러서 있다. 속이 꽉 차지 못하고 물만 잔뜩 든 물게는 그나마 취급도 못 받고 빨간 함지박 속에서 거품만 뿜고 있다.

경매사는 눈어림만으로도 대게의 선도와 상품성을 짐작하고는 가격을 책정한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희망가격을 백묵으로 적어서 경매사에게 내미는 어부들의 거친 손길에 삶의 고단함과 엄숙함이 동시에 묻어 있다. 바다와 벗삼다 어느새 머리에 서리가 내린 이들은 경매를 끝내고 헛헛한 눈길로 바다를 쳐다 보다 다시금 바다로 향한다. 삶은 그렇게 반복된다.

먹을거리의 기억은 입과 머리를 거쳐 가슴에 남는다. 그런 점에서 울진 대게는 힘세다. 한 번 입맛을 들이면 여간해서 잊지 못할 기억의 잔상으로 남기 때문이다. 예전에 울진대게는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던 음식이었다. 임금은 대게의 맛에 반해 코와 입에 대게 부스러기가 묻어 있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음식을 입에 넣었다. 맛있게 먹는 것은 좋으나 용안이 추해지는지도 모를 정도로 탐식하게 만드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던지 한동안 대게는 진상물품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대게는 몸체가 크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간 다리의 모양이 마치 대나무처럼 곧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게는 황금색에서 홍색까지 여러 가지 색깔이지만 진짜 대게는 황금색이 짙은 ‘참대게’ 또는 ‘박달게’를 일컫는다. 대게라면 먼저 영덕을 떠올리지만 이는 영덕이 교통의 요지였던 덕분이다. 사실 울진과 영덕이 그리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고 거의 같은 바다에서 대게를 잡아들이니 울진대게나 영덕대게나 따지고 보면 다툴 이유도 별로 없다.

대게는 찜을 해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뜨거운 대게를 잡고 다리 가운데를 가위로 살짝 흠집 내어 쭉 잡아당기면 쫄깃한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입 안에 넣으면 씹을 사이도 없이 그대로 빨려 들어간다. 쫀득하면서도 고소하고 뒷맛까지 개운하다. 여기에 소주 한 잔 털어 넣으면 다가올 봄의 꽃내음을 맡는 느낌이 든다.

울진=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여행팁

울진군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후포항에서 ‘2013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crab.uljin.go.kr)를 연다. 축제 기간에 대게와 붉은대게를 무료 시식할 수 있으며 대게 빨리 먹기, 게살 발라내기, 대게국수 빨리 먹기 등의 이벤트도 마련한다. ‘푸드쇼 2013 대형 게살김밥 만들기’, 물고기와 대게를 맨손으로 잡는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후포항으로 가려면 중앙고속도로 풍기IC·영주IC에서 36번 국도~울진~후포항 한마음광장으로 가거나 동해IC에서 7번국도를 타고 내려가면 된다. 왕돌회수산(054-788-4959) 후계자울진대게센타(054-783-8918) 등이 맛집이다. 숙소는 온천과 휴양을 겸할 수 있는 백암한화리조트(054-787-7001)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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