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과학 소설이 아니라 '인공 태양' KSTAR(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를 연구하는 국가핵융합연구소(NFRI)에서 내놓은 비전이다. 핵분열과 달리 핵융합을 이용하면 방사성 폐기물이나 폭발 위험도 없다. 전력난과 원자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요즘,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기초과학, 에너지 산업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 출범을 맞아 다원시스에 증권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다원시스는 KSTAR에 전원장치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다.
지난 22일 증권사 및 기관투자 관계자 20여명은 다원시스의 주최로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찾았다. 이곳 1층에는 높이와 직경이 각각 9미터(m), 무게가 1000만톤인 토카막형 핵융합 장치 KSTAR가 있다. 발전소라고 하기에는 작은 규모다.
국가핵융합연구소 관계자는 "KSTAR는 현재 발전소가 아닌 실험 기구"라며 "KSTAR에서 핵융합 실험을 거친 뒤 실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실증로에서 경험을 쌓아 발전소를 만드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융합 발전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플라즈마 형태로 만든 뒤 이들이 부딪혀 일어나는 열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예로는 번개가 가장 비슷하다.
태양은 자체적으로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기압이 높은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플라즈마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온, 고전압 등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복잡한 기기들에 알맞은 양의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 바로 다원시스가 만든 전원장치의 역할이다.
KSTAR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600키로암페어(KA), 5000만도에서 플라즈마 상태를 21초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KSTAR의 최종 목표는 2메가암페어(MA)의 전류를 넣고 온도를 3억도까지 올린 뒤 플라즈마 상태를 300초를 유지하는 것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적어도 발전소를 적어도 6개월 이상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것. 실험 단계가 올라갈 수록 더 많은 전원장치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원시스 측은 연구가 가속화되면 KSTAR 전원장치 수주 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KSTAR 설립 등에 투입된 비용은 약 3000억원. 이중 다원시스가 독점 공급한 전원장치는 600억원어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EU,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인도 등 7개국이 건설 중인 ITER(국제 핵융합 발전 실험로)의 총 사업비가 총사업비 130억유로(약 18조원 규모)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핵융합 발전 플랜트 시장을 점쳐볼 수 있다. 다원시스는 정부를 통해 ITER에도 연간 100억원대의 전원장치를 공급하고 있다.
왕상록 다원시스 경영지원차장은 "KSTAR 수주는 매년 정부 입찰로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정부의 기술 심사를 통과한 것은 다원시스 뿐"이라며 "다원시스는 1996년 설립 이래 줄곧 NFRI와 함께 핵융합발전을 연구해왔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과학 투자로 수혜가 예상되는 부분은 핵융합뿐만이 아니다. 다원시스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켜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바꾸는 가속기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아직 매출 비중이 높지 않지만 가속기는 신소재 개발, 유전공학, 화학공업, 신의약 개발 등 다양한 사업에서 응용될 수 있어 앞으로 정부의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 증대에 따라 발전이 예상되는 분야다.
특히 가속기를 이용하면 방사능 대신 미세한 빛으로 암 세포를 죽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자체 개발해 2016년,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 차장은 "다원시스는 핵융합 전원장치를 기반으로 신규 사업을 확대해 최근 3년간 매년 매출이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도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어난 600억원, 영업이익률은 15%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야별로는 KSTAR 등 핵융합 전원장치 200억원, 플라즈마 장비 150억원, 전자유도가열장치 100억원, 화학용 정류기 7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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