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삼 대표 "경쟁상대는 하이트ㆍ진로 아닌 수입맥주"
2012년 10월 서울 이태원의 한 주점.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사진)와 직원들이 캔맥주를 손에 든 외국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한 캔을 순식간에 비운 외국인들의 입에서 "고향의 맛"이란 반응이 나오자 김 대표와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이트와 오비맥주에 이은 세 번째 국내 맥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세븐브로이는 국내 맥주업계 최초의 중소형 업체다. 동양맥주(오비맥주 전신)와 조선맥주(하이트진로)가 1933년 맥주 제조 면허를 취득한지 77년 만인 2011년 10월 맥주 제조 일반면허 1호를 받았다.
하이트와 오비로 양분돼 있는 국내 맥주업계에서 '첫 번째 맥주 중소업체' '첫 에일맥주 제조업체' 등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만든 김 대표는 술과 인연이 없는 인물이었다.
"체질적으로 술을 잘 못 마십니다. 원래 처음 시작했던 일도 외식사업이었죠. 서울역 맥주광장 사업에 참여했던 두산이 오비맥주 지분을 매각하며 당시 '카리브' 레스토랑를 운영하던 저에게 인수를 제안했죠. 그 제안을 받아들여 하우스 맥주집을 낸 것이 맥주와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먼저 맥주 전문가인 브루마스터 양성했다. 2002년 독일의 맥주 전문가와 제조 기계를 들여와 직원들을 교육시켰다. 5~6명의 직원들이 '더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말했을 때 본격적인 맥주 개발에 착수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물'이었다.
"같은 맥아와 홉으로 만들어도 물에 따라 맛의 차이가 컸어요. 직원들과 전국을 누빈 끝에 사스, 구제역에도 안전한 청정지역인 강원도 횡성을 찾았죠. 해발 300m에서 퍼오는 횡성의 청정 암반수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문을 연 세븐브로이의 첫 번째 횡성 공장은 1542m² 규모로 하루 5000~1만ℓ의 '에일'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그가 국내 맥주시장의 주류 제품인 '라거'가 아닌 '에일'을 택한 이유는 맛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양한 맥주가 없다는 말이죠. 하이트, 오비의 라거맥주가 아닌 에일 맥주로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일 맥주는 홉과 맥아가 라거 맥주보다 20% 더 많이 들어간다. 씁쓸한 맛이 강하고 붉은 빛이 난다. 알코올 농도도 라거 맥주보다 5.5% 이상 높다. 대표적인 에일 맥주는 '기네스'다.
김 대표가 경쟁 상대로 지목한 것도 하이트와 오비맥주가 아닌 '수입 맥주'였다. 수입맥주 시장이 2000억 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맥주가 갖지 못한 신선함으로 아사히, 기네스 등 프리미엄 맥주와 경쟁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말 홈플러스에서 점포당 하루 평균 6.8캔이 팔려 프리미엄 수입맥주 1위인 하이네캔(4캔)을 제치기도 했다.
올해는 유통망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난 1월부터 이마트, CU, 세븐일레븐 등 홈플러스에 이은 대형마트 및 편의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며 "올 상반기 판로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후 에일 맥주의 본고장인 영미지역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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