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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지크증권 인수 등 해외 투자 5연패로 1500억 손실 '예고'
- W저축은행 영업정지 2개월째'박대혁 사금고'우려속에 검찰 수사도 제자리 걸음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된 W저축은행 관련 비리로 검찰에 고발당한 리딩투자증권의 오너 박대혁 부회장이 각종 인수·합병(M&A) 실패와 잘못된 투자로 회사에 1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의 불법으로 리딩투자증권의 경영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에도 검찰은 ’인사'를 핑계로 수사속도를 늦추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M&A,투자‘5연패’로 1500억‘손실’예고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리딩투자증권은 실질적 오너인 박대혁 부회장의 M&A와 투자 실패로 총 1500억원을 날리게 될 위험에 처해있다. 일본 지크증권 인수에 쓰인 250억원, 홍콩 리서치회사 INDX인수에 쓰인 150억원, 보스톤창투 인수에 40억원, 리딩투자자문 청산으로 10억원, 인수한 W저축은행 영업정지로 720억원, SSCP 투자로 300억원 등 5번의 잘못된 M&A, 투자와 1번의 설립 실패로 15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날리게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리딩투자증권은 2008년에 일본의 지크증권을 1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하지만 일본 금융당국은 이 증권사의 영업이 원할하지 못하고 수차례 건전성 기준을 어겨 증자 명령을 내렸다. 리딩투자증권은 이후 약 250억원의 증자를 진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리딩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증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각 예정 가격이 100억원대 이하여서 250억원 수준의 증자 금액만큼은 전액 손실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리딩투자증권은 2009년 150억원으로 사들인 홍콩 리서치회사 INDX를 작년말 4000만원에 매각했다. 매년 적자를 기록해온 이 회사 매각으로 박 부회장은 투자 원금 대부분을 날리게 됐다.
2010년 약 90억원에 인수한 보스톤창투는 반값에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리딩투자증권은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고 투자원금의 57%수준인 약 52억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2011년 리딩투자증권이 설립한 리딩투자자문의 경우 30억원을 들여 설립됐지만 10억원 정도 손실을 기록한 다음 설립절차 하자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적을 받아 지난해말 청산됐다. 리딩투자자문 설립과 청산은 박대혁 부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이흥제 리딩투자증권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SSCP 천억대 손실…‘알선수재’로 검찰 고발 당해
2012년말 계열사 W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최대주주인 리딩밸류사모펀드(PEF)는 인수금액 전체인 720억원에 대한 손실을 예고하고 있다. 박대혁 부회장이 만든 리딩밸류PEF는 국내 대형 PEF 역사상 처음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청산되는 첫 ‘불명예’로 기록될 전망이다.
2007년 박대혁 부회장은 1260억원 규모의 리딩밸류PEF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대학 선후배 관계인 아주그룹 회장에게 W저축은행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45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아냈다. 하지만 지난해말 W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아주그룹은 투자한 450억원 가운데 1원도 건지지 못하게 됐다. 리딩밸류PEF의 다른 재무적 투자자(LP)인 공무원연금도 300억원, KDB생명은 150억원, 경남은행도 100억원 투자 원금을 까먹게 됐다. 이와관련 리딩투자증권 관계자는 “박 부회장의 대학 선후배 관계인 우리금융지주 고위임원도 캐나다 국적의 친인척 차명(정종기)으로 이 PEF에 10억원을 투자했지만 손실을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박 부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2009년 디스플레이 소재업체인 SSCP에 300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이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투자한 돈 대부분을 날렸다. 특히 박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대출 및 투자 알선 명목으로 불법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서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밖에 박 부회장은 미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거절당해 실패한 우리금융의 미국 LA한미은행 인수전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부회장은 대학 선후배 관계인 우리금융 회장을 찾아가 이 프로젝트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억씩 성과급...'사금고화'우려
최근 리딩투자증권은 LH공사로부터 인수키로 한 한국토지신탁 지분 31%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박대혁 부회장이 20.8%에 대한 지분도 함께 인수하도록 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은 지난해 650억원에 LH공사의 한국토지신탁 지분을 인수키로 하고 이중 12% 가량인 80억 원을 계약금으로 납부했지만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사리사욕에만 관심을 보이면서 리딩투자증권의 매각과 경영정상화가 늦춰지고 있다"며 ”오너의 ‘사금고화'가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각종 투자 실패와 불법으로 도마위에 오른 박대혁 부회장은 매년 막대한 성과급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박대혁 부회장은 거래가 거의 안되는 주식을 보유하면서 유가증권 평가이익을 경영 성과로 집계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10억원 이상 성과급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2008년 30만원선에서 거래되던 영풍 주식을 300억원어치 샀다. 이 주식의 가격은 이후 120만원까지 올라 결산시점마다 유가증권 평가 이익으로 반영돼 회사의 적자 실적을 흑자로 돌려놓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유가증권 평가이익은 실질적인 증권사의 영업으로 인한 성과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성과급을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리딩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195억원에서 지난해말 504억원 적자로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리딩투자증권 관계자는 "적자폭은 오는 3월말 결산시점 최대 9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실 책임 누가 지나"검찰 수사 '게걸음'
한편 해체를 앞둔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은 2월 검찰 인사와 맞물려 수사가 사실상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오너가 한달만에 즉각 구속돼 왔다. 지난해 5월 영업정지된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의 오너는 한달뒤인 6월초 모두 구속됐다. 하지만 W저축은행은 지난해말 영업정지를 받았지만 2개월 지나도록 아무도 구속되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부실 책임자가 오랜기간 구속되지 않을 경우 증거 인멸과 재산 은닉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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