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4월 복원…목조문화재 안전점검 해보니

입력 2013-02-25 17:09   수정 2013-02-26 01:14

현장 리포트

신륵사 보물 바로 옆에 소각장…불씨라도 튀었다간
관광객 무심코 담배꽁초 버려…서울 동묘 열감지기 관리 소홀



지난 24일 경기 여주 천송리의 고려시대 전통사찰 신륵사. 절 안으로 들어서자 서쪽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게 보였다. 6.6㎡ 규모의 절 소각장(사진)에서 쓰레기가 타면서 내는 연기였다. 문제는 소각장 바로 옆에 목조 문화재 조사당(보물 제180호)과 명부전이 있고, 그 뒤편은 산으로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자칫 작은 불씨라도 소각장 밖으로 튈까 걱정스러웠다.

그때 방문객 두 명은 담배꽁초를 소각장 안으로 던져 넣었다. 기자와 함께 현장을 점검한 김엽래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은 “사찰의 목조 건물 내부는 수십~수백년 물기를 머금은 적이 없어 바싹 마른 불쏘시개 같은 상태인데 바로 옆에 소각장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신륵사 목조 문화재 내부는 방염(防炎) 처리도 안 돼 화재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2008년 2월 화재로 전소된 숭례문이 5년간의 복원공사가 끝나면서 힘겹게 제모습을 찾는 것을 계기로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은 방재 전문가인 김 교수와 함께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목조 문화재를 23일과 24일 이틀간 점검했다. 김 교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 보물 1호 흥인지문 등 정부의 집중 관리를 받고 있는 문화재는 상대적으로 화재 대비 관리가 잘되는 편이지만 지방의 사찰이나 문화재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화재에 대비한 방염 처리는 대부분의 문화재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흥인지문과 동묘, 수원 화성의 서북공심돈(보물 제1710호) 등이 모두 그렇다. 숭례문 화재 때 방염 처리만 됐어도 전소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가 지정 목조 문화재 163점 가운데 35%인 58점에서 방염 처리가 부실했다.

값비싼 화재 감지기는 설치됐지만 관리가 미흡한 곳도 있었다. 보물 제142호인 서울 숭인동 동묘에서도 목조 건물에 선형 열감지기는 설치된 상태지만 단청(丹靑)이 그 위에 덧칠돼 있어 제 기능을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교수는 “단청 때문에 열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무용지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지적을 했으나 아직 시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나 구청 등이 관리하지 않는 문화재의 안전은 더욱 불안해 보였다. 서울 견지동 우정총국(사적 제213호)만 해도 화재 관리자가 따로 없어 문화재 바로 앞에서 흡연을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관리 인력도 부족했다. 경기도 수원 화성 일대는 낮 시간 화재 관리자 3~4명이 감시하는데 성곽 길이가 5.7㎞에 달해 이 숫자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화재 상황실에서 가장 먼 목조 건축물인 연무대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다. 김 교수는 “목조 문화재 화재는 발생 뒤 5분이 가장 중요한데 이렇게 인력이 부족하면 화재 발생 때 초기 대응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그러나 “일부 사찰 등에서 문제점이 지적되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화재 위험은 확실히 낮아졌다”고 해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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