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오데트·오딜役 맡은 김채리 "32회 고난도 회전춤 소화…프리마 발레리나에 도전"

입력 2013-02-25 17:15   수정 2013-02-26 01:02

내달 8~12일 공연서 혼신의 기량 보여줄 터


“좀 더 크게 도약하고. 위로 더 뻗어야지. (엄지를 치켜세우며)아 그렇지, 잘했어.”(황재원 유니버설발레단 지도위원)

지난 주말 오후 서울 능동에 있는 유니버설아트센터 4층 발레단 연습실. 내달 8~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백조의 호수’에서 주인공 오데트·오딜 역을 맡은 김채리 씨(23)가 지그프리트 왕자 역의 이승현 씨(27)와 파드되(2인무) 연습에 한창이다. 김씨는 2막 1장 무도회 장면에서 흑조 오딜의 32회전(푸에테) 고난도 춤을 가뿐하게 추고 나서는 활짝 웃으며 가쁜 숨을 연신 몰아쉬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입단 5년차인 김씨는 이번 공연에서 오데트·오딜 1인 2역에 처음 도전한다. 지난해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투어와 지난달 일본 투어에서는 숭고하고 가녀린 백조 오데트 역을, 지난해 하반기 국내 지방 투어 공연에서는 도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흑조 오딜 역을 맡았지만 한 무대에서 두 역을 모두 소화한 적은 없었다. 그는 “상반된 캐릭터와 분위기를 한 무대에서 보여줘야 해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기대도 크다”며 “내 안에 있는 오데트의 부드러움과 오딜의 강함을 모두 끄집어내겠다”고 말했다.

일곱 살에 발레를 시작한 김씨는 선화예고 1학년 때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2007년)에서 3등으로 입상하며 발레 유망주로서 이름을 알렸다. 입상 특전으로 미국 뉴욕시티발레단 산하 아메리칸발레학교(SAB)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졸업 직후인 2009년 8월 유니버설발레단에 특채로 들어갔다. 입단하자마자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 클라라 역에 발탁됐으나 연습 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수술 권유를 뿌리치고 6개월간 재활센터에 다니며 하루 종일 근육 강화 운동을 했다”며 “발레를 시작한 이후 가장 힘든 시기였다” 고 털어놨다.

그는 “오데트·오딜 역은 프리마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반드시 정복해야 할 관문”이라며 “그만큼 어렵고 힘든 배역이지만 누구보다도 섬세하게 표현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오데트 역을 처음 연기한 지난해 3월 남아공 무대를 잊지 못한다. 오데트 역에 깊이 빠져들면서 지그프리트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실제로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춤을 췄다. 공연이 끝나자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그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받을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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