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르네상스 시대] "시스템 개선으로 매출 20% 증가…백년 기업 토대 마련했어요"

입력 2013-02-26 15:31   수정 2013-02-26 18:45

동우정공 사례로 본 중진공 '건강진단 서비스'

생산성 침체 中企에 '명의'…운영 노하우·마케팅도 전수
올 정책자금 3조8500억 지원…일자리 창출 효과 극대화




동력 전달장치를 생산하는 동우정공의 권오공 사장은 한때 큰 고민에 빠졌다. 거래처에서 신제품을 조기에 납품해 달라는 요청은 쏟아지는데 당장 생산성을 끌어올릴 묘책이 없었다. 시한이 촉박해 생산설비를 들여놓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다. 권 사장의 선택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건강진단’. 사람처럼 공장도 진단을 통해 아픈 곳이나 비효율적인 부분을 찾아내는 서비스다. 진단 결과 권 사장의 공장은 설비 가동률이 떨어져 생산 효율성이 낮았다. 이뿐만 아니라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 ‘명의’(名醫), 중진공 진단 서비스

중진공이 권 사장의 회사에 내린 처방전은 생산 시스템 개선과 고객 위주의 차별화한 마케팅 전략. 그러면서 설비 및 운영자금 4억8900만원을 지원했다. 대성공이었다. 2011년 11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33억원으로 20% 늘었다. 올해는 143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권 사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명이 40~50년을 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 회사는 중진공의 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위기관리 능력을 배우고 새로운 사업 전략을 수립한 덕분에 백년 기업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중진공의 ‘건강진단’ 서비스가 중소기업 사이에서 명의로 꼽히고 있다. 생산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나 한계 상황에 봉착한 기업들이 진단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회사로 변신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어서다. 간행물 디자인을 하고 있는 오니트(대표 신지희)도 중진공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사례다. 이 업체는 편집 디자인 노하우를 갖고 있었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2008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중진공으로부터 기업 운영 기법을 전수받고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재창업에 나섰다. 지난해 매출은 20억원을 넘어섰다.


○중진공, 정책자금 3조8500억원 쏜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중진공도 올해 중소기업 정책자금 규모를 크게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예산 3조3330억원에서 올해는 15.5% 늘어난 3조85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확립을 위해 재창업 자금을 확대하고 연구·개발(R&D) 성공기술의 사업화 촉진을 위해 개발기술사업화자금을 늘릴 예정이다. 재창업 자금은 400억원, 개발기술사업화자금은 3000억원에 달한다. 소상인의 창업·경영 개선을 통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소상공인지원자금도 증액한다. 소상공인지원자금은 7500억원, 소공인특화자금은 2500억원. 일반경영안정자금은 금융기관 보유 재원을 활용하는 이자차액 보전 방식으로 전환해 융자금액을 확대한다. 지난해에 비해 4000억원 늘려 5000억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동산담보대출 실시, 고정금리 상품 시범 운영을 통해 융자 조건을 다양화하고 정책자금 운용 방식을 중소기업의 수요에 맞게 대폭 변경할 예정이다.


○5대 중점 정책금융 지원 분야는

올해 정책금융 지원은 크게 다섯 가지에 중점을 두고 이뤄진다. △진단기반 정책금융 기능 고도화 △일자리 창출 △민간 금융과의 차별화 △동산·지식재산권 담보대출 신규 도입 △이자차액 보전이다. 우선 정책자금을 통한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건강진단 정책자금 규모를 지난해 1조원에서 올해 1조2000억원으로 늘렸다. 직접 대출 위주 건강진단으로 창업·소기업 경영혁신 지원도 강화한다. 직접대출 기업진단 규모는 건강진단 정책자금의 70%인 8400억원에 달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용창출 우수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도 확대한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지만 민간 금융을 통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창업·기술개발 기업에 정책자금의 40.3%에 해당하는 1조5500억원을 배분했다.

민간 금융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직접·신용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정책 지원을 필요로 하는 청년 창업 및 소공인 자금에 대한 평가를 ‘2무 1시(2無 1視)’ 체계로 운영한다. 이는 담보, 재무제표를 보지 않고 기술성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담보 위주 여신 관행에 따라 민간 금융 이용이 곤란한 창업·소기업 지원도 강화한다. 중진공을 통한 직접대출 비중을 55%에서 70%로 대폭 확대하는 것. 또 융자사업의 정책 목적성 강화, 직접대출 규모 확대 등을 위해 개발기술사업화 및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전액 직접 대출하기로 했다. 신용대출 규모도 지난해 1조원이었으나 1조2000억원으로 늘린다. 또 뿌리산업, 문화콘텐츠 등 전략산업 분야에 정책자금의 85% 이상을 공급한다.

동산·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은 신규 도입한다.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보유 동산을 담보로 활용해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동산담보대출을 실시한다. 시중은행에 비해 담보인정비율을 높게 설정했다. 기계·기구는 30~100%, 재고자산·매출채권은 40~50%다.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올해 하반기 중 개발기술사업화자금을 중심으로 별도 기술가치 평가 모형에 의한 지식재산권 담보대출도 도입한다. 민간 은행은 주로 기계·기구, 재고자산, 매출채권을 활용한 동산담보대출에 치중하고, 지식재산권 담보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

민간 재원을 활용해 이자차액 보전 방식의 자금을 공급한다. 시중은행이 자체 재원으로 자금을 대출하고 정부는 대출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이만큼을 보전해 중소기업 금리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경기 회복 지연에 대비하고 유망 중소기업 경영 안정 지원을 위한 것이다. 기존 일반경영안정자금을 이자차액 보전 방식으로 전환하고 공급 규모를 5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 밖에 연수인증기업(중소기업청), 농어촌사회공헌인증기업(농림축산부)을 ‘혁신형 기업’에 포함하고 융자 한도도 확대한다. 또 인쇄문화산업을 전략산업에 추가하고 우선 지원한다. 기술유출 피해 기업은 일시적 경영애로 지원자금 대상에 추가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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