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르네상스 시대] 사업 재기의 버팀목 '노란우산 공제'…26만명 1조2000억 모았다

입력 2013-02-26 15:31  

폐업·사망·퇴임 등 대비…소상공인·기업인 퇴직금
60세부터 공제금 수령…꼭 필요할 땐 대출 가능
중소기업중앙회, 2015년 40만명 4조 목표




충북 음성에 있는 금속 캔 제조업체 광일MPC. 2004년 이 회사를 설립한 김광열 사장은 창업 6년 만인 2010년 6월 폐업 상황을 맞았다. 거래처가 갑작스럽게 부도를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사업체는 물론 집을 비롯해 돈이 될 만한 것은 전부 압류당했다. 자신의 처지도 문제였지만 연대 보증을 선 지인과 그의 가족이 더 걱정됐다. 연대 보증한 회사가 부도 났다는 소식에 건강했던 지인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무일푼이 된 처지에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 사장은 노란우산공제를 떠올렸다. 다른 재산은 압류당해도 노란우산공제금은 법에서 보장해준다는 말이 뇌리를 스쳤다.

그는 “중소기업중앙회 직원이 노란우산공제를 추천해 2008년 1월 가입했다”며 “잊고 지냈었는데 700만원이 넘는 목돈을 챙길 수 있었다. 급한대로 이 돈을 연대 보증을 선 지인에게 병원비에 보태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기·소상공인의 희망불씨 역할 톡톡

경기 김포에서 금속 및 전기장비 제조업체 서울공사를 운영하는 이준철 사장. 그는 2002년 9월 창업한 이래 항상 노후가 걱정이었다. 경쟁이 치열한 탓에 지속 성장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부터 노후 걱정을 한층 덜 수 있게 됐다. 작년 8월31일부터 노란우산공제에 월 50만원씩 납입하기 시작하면서다. 이 사장은 “나이를 더 먹기 전까지 노후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항상 걱정했는데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해 걱정을 확실히 덜게 됐다”며 “사업이 잘못되더라도 공제금은 보장받기 때문에 든든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의 노란우산공제가 소기업 경영인과 소상공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이 매월 일정 금액을 부금한 뒤 폐업, 사망, 퇴임 또는 노령 시 생활 안정과 사업 재기를 도모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제115조에 따라 운영되는 퇴직금 마련 지원제도다.

노란우산공제는 혜택이 다양한 게 특징이다. 먼저 납입 부금에 연 복리 이자율을 적용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연 300만원을 추가 소득 공제받을 수 있어 최고 125만원까지 세금을 아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공제금은 압류, 양도, 담보가 금지돼 있어 안전하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가입 후 2년 동안 단체상해보험 무료 가입이 가능하고 부금 납부 월수가 12개월을 넘어서면 부금 한도 내에서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월 부금 액수는 최소 5만원, 최대 70만원(1만원 단위)이며 월마다 또는 분기마다 납부할 수 있다. 분기 납부 한도는 210만원이며 자동이체도 가능하다.


○가입자·목표액 예상 뛰어넘어

노란우산공제는 2006년 9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듬해 9월 출범했으며 2010년 7월 누적 가입 고객이 5만명을 넘어섰고 2011년 7월 10만명, 2012년 5월 15만명을 기록했다. 2012년 10월에는 누적 가입 고객이 20만명을 돌파했고 누적 부금이 1조원을 달성하며 확실한 사회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월 현재 누적 가입 고객과 부금액은 각각 26만5697명, 1조1685억원에 달한다.

이는 노란우산공제의 롤 모델이 된 일본의 소규모기업공제제도의 성장세를 능가하는 속도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제도 출범에 앞서 연구 용역을 통해 예상한 가입 고객 및 부금 조성액 예측 규모를 훨씬 웃도는 규모”라며 “올해부터는 성장 속도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노란우산공제가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건 소기업 경영인 및 소상공인의 불안정한 지위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영업자 수가 들쭉날쭉한 게 대표적인 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81만개 업체가 출범하고 65만개가 사라졌다. 신생기업의 2년 후 생존율은 50%가 채 안 된다. 신설되는 기업이 2년을 못 버티고 소멸되는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2011년 8월 이후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직장에서 떠밀려 나온 베이비붐 세대가 너나 할 것 없이 소규모 창업에 나섰지만 내수 침체와 과잉 경쟁으로 줄줄이 폐업한 탓이다.


○사회 안전망으로 역할 확대

국내에서 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재창업 자금을 제공하는 기능은 노란우산공제가 유일하다. 자영업자의 노후생활을 대비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60세가 되면 폐업하지 않아도 공제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금저축은 연금으로만 수령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공제금은 일시금으로 수령할 수 있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다. 공제 납입 부금에서 사업비를 빼지 않고 부금 전액을 적립, 공제금으로 지급하며 가입 후 2년간 상해보험을 무료로 지원하는 것도 연금저축 등과 다른 점이다.

실제 경기 남양주에서 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던 P사장의 유가족은 노란우산공제 덕을 톡톡히 봤다. 2010년 10월 가입한 후 작업 중 불의의 폭발사고가 발생해 P사장은 유명을 달리했다. 그의 유가족은 “가장이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해 아이들 데리고 앞으로 살길이 막막했었다”며 “생전에 남편이 가입한 노란우산공제 덕분에 삶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노란우산공제를 상시적으로 개선해 확실한 사회 안전망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30일 고객 참여 나눔 조직 ‘해피 비즈라이프지원단’을 발족한 배경이다. 지원단은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공제 개선 의견을 수렴하고 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전석봉 노란우산공제 공제사업본부장은 “지원단은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도움만 요청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 자세로 스스로 돕고 자발적으로 나누고자 하는 실천 의지를 보여준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노란우산공제는 2015년까지 누적 가입자 40만명, 누적 부금액 4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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