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창조경제시대 인재양성' 좌담회 "패자부활 기회줘야 발명 진흥"

입력 2013-02-26 17:15   수정 2013-02-27 04:31

영재들도 OX문제 매달려
창의성 살려줄 교육 시급




“2000년대 초반엔 이공계 대학생 절반가량이 창업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5%도 안 된다. 그런데 세 번 기회를 준다면 30%는 해 볼 요량이 있다고 한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26일 서울 역삼동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창조경제시대 인재양성, 어떻게 해야 하나’를 주제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 “창조경제의 화두인 창업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제도적으로 해소해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벤처 1세대 신화를 이끈 이 교수와 김호원 특허청장, 이정환 LG전자 CTO부문 특허센터 부사장, 마이스터고 전국연합회장인 현수 수원하이텍고 교장 등이 참석했다.

이 교수는 특허청이 KAIST, 포스텍과 공동으로 2009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지식재산기반 차세대 영재기업인 육성사업’을 사례로 들며 현 교육 실태를 꼬집었다. 이 사업은 한국의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창업자) 양성을 목표로 중·고교 영재 75명을 선발, 연간 360시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학생들은 1인당 특허 출원 건수가 4건에 이른다. 이 교수는 “영재들조차 고교 입학 후 ‘OX’나 ‘4지 선다형’의 정답 찾기에 길들여지다 보니 창의성이 더 감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발명경진대회에 가 보면 깜짝 놀랄 내용이 많고 일부 기업은 초중등생의 발명아이디어를 차용해 실제 제품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며 “새 정부가 발명영재교육과 같은 프로그램이 초교부터 대학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 교장은 “창조경제를 위한 인재 양성이 기존 교육으로는 어렵다는 점을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실감했다”며 “아이들의 창의성은 넘쳐나는데 우리가 멍석을 깔아주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인재 발굴의 고민을 토로하면서 스펙보다 열정을 보고 뽑아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대학 평균학점이 2점대지만 패러글라이딩에 푹 빠졌다는 한 공대생을 열정을 높이 사 채용했더니 누구보다 일을 잘하더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CC캠프’(creativity collaboration)를 기업의 인재발굴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발명영재프로그램을 해 보니 2박3일 뒹굴어보면 자연스레 창의성 있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며 “기업들도 뽑아 놓고 가르치는 데만 투자하지 말고 인재를 뽑을 때부터 CC캠프 같은 곳에서 합숙하면서 개인과 팀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성과 협업능력을 평가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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