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위대한 도전, 제2 한강의 기적 이루자

입력 2013-02-26 17:18   수정 2013-02-26 22:23

선진국 도약·중진국 함정의 기로
규제완화·창의적 교육환경 통해 IT융합·고부가 서비스업 키워야

오정근 <고려대교수·경제학, 아시아금융학회장 ojunggun@korea.ac.kr>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부흥을 이룩해 국민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제2 한강의 기적’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경제가 부흥되면 일자리가 생겨 고용률이 70%까지 올라가고, 중산층도 70%까지 복원돼 국민 모두가 행복한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원대한 희망과 포부다.

전쟁의 폐허 위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던 1962년 한국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87달러에 불과해 세계 최빈곤국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산업화에 성공, ‘한강의 기적’을 달성했다는 칭송을 받았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의 기적’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이 한강의 기적을 직접 국내외 산업전선에서 피땀 흘려 이뤄낸 장년들에게 제2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은 가슴 한편에 뭉클한 감동으로 와 닿았을 것이다.

그러나 1963~1991년 중 연평균 9.5%의 고성장을 구가하던 한국 경제는 1992~2011년 중 평균 5.1% 중성장기로 내려앉았다. 드디어 2012년에는 2%를 기록해 한국 경제도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기에 진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성장률이 이렇게 내려앉으니 고용사정 악화는 말할 필요도 없다. 금년 1월 말 현재 취업자 2405만명 중 상용근로자는 1129만명으로 4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임시직, 일용직, 자영업일 정도로 고용 불안이 극심하다.

한강의 기적을 구가하던 한국 경제가 이렇게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은 전통 주력 산업은 성숙단계에 접어들고 임금도 높아져 후발 개도국이 바짝 추격해 오고, 서비스업은 음식숙박업 등 저생산성 업종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 결과 1인당 소득이 4만~5만 달러대의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2%대의 성장률이 1인당 소득 2만달러대의 한국에서 나타나는 등 경제의 조로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런 정도로 성장동력이 약화되어서는 한국경제의 선진국 도약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고용 불안이 높으니 분배 욕구와 복지 수요가 비등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 경제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중진국 함정’에 빠져 추락하고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출범하는 새 정부 박 대통령이 경제부흥을 통한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달성전략으로 창조경제를 선택하고 구체적인 41개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과학기술발전, 창의교육, 벤처창업은 물론 원칙이 선 시장경제 질서확립 등 경제민주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제대로만 된다면 4~5% 수준으로 성장동력이 회복돼 고용률 70%, 중산층 70%도 복원됨은 물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제2 한강의 기적이 달성될 전망이다.

경제부흥의 승패가 달려 있는 창조경제에서 두어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새 정부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한국이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기술(IT)을 다른 산업들에 접목시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IT융합산업 육성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창조경제를 IT융합산업에 국한시켜서는 고용창출과 성장동력 확충 효과가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 금융, 의료, 교육, 관광, 레저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부문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경제가 발전하면 자연스레 임금이 올라가는데 높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IT융합산업과 같은 첨단기술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육성돼야 한다. 특히 이런 분야는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이다. 소득 4만~5만달러의 선진국 산업구조가 대부분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창조경제란 인간의 창조성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를 의미한다. 창조성이란 자유로운 사고의 토양 속에서 나오므로 획기적인 규제 완화와 창의적인 교육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당국의 저항과 창의적인 교육환경 조성을 방해하는 수많은 장애물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오정근 <고려대교수·경제학, 아시아금융학회장 ojunggu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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