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통령의 패션

입력 2013-02-26 17:18   수정 2013-02-26 22:15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패션이 단연 화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무려 다섯 가지 옷을 선보였다. 아침 국립현충원 참배부터 시작해 취임식을 거쳐 저녁 외빈 만찬장까지 행사마다 다른 색상과 분위기의 의상을 연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역시 한복이었다. 광화문 광장에서 입은 붉은색 두루마기와 푸른색 한복 치마, 청와대 영빈관 만찬에서 선보인 붉은색 한복은 특히 박 대통령의 단아한 모습과 아주 잘 어울렸다는 찬사들이 쏟아졌다. “마치 시집온 새색시 같다”는 촌평도 여기저기서 덕담처럼 오갔다.

정치인들, 특히 여성 정치인이 뭘 입고 뭘 신느냐는 것은 언제나 대중의 관심거리였다. 외국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의 패션은 그래서 단골 기삿거리다. 오죽하면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미첼 바첼레트나 독일 메르켈 총리가 취임 후 한동안 의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했겠는가. 이런 유명인 스트레스 때문인지 메르켈은 현직 여성 국가 지도자 중 제일 옷을 못입는 걸로 정평이 나있다. 3~4개의 단추를 꼭 여미는 단정한 재킷에 바지를 입는 스타일만 고집하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영국 가디언이 “경제 분야에선 몰라도 패션에서는 빵점”이라고 혹평할 정도다. 반면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흰색과 오렌지색 등 밝은 재킷과 슈트에 귀걸이나 목걸이를 항상 착용한다. 보수적이지만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프로페셔널한 스타일이라는 평이다. 호주 총리는 G20 회의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뽑히기도 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도 호평을 듣는 편이다. 건강미 넘치는 몸매에 다양하고 자신 있는 패션으로 멋쟁이 영부인 이미지가 강하다. 중저가 브랜드도 애용, 대중의 호감도 높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은 푸른색 노란색 등 강하고 선명한 원색계열 재킷에 진주목걸이를 유난히 좋아한다. 단정한 인상을 주지만 패션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는 축은 아니다.

여성 정치인들에게 패션은 단순한 옷 이상이다. 그들의 정치성향, 신념, 이미지 등을 말해주는 소리없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평소 과묵하고 진지한 박 대통령이 취임식날 무려 네 번이나 옷을 갈아입은 건 그래서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었다. 패션쇼 모델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만인이 주목하는 날 돋보이고 싶은 여성으로서의 마음에서였을까. 아니면 33년 만에 청와대로 돌아가는 흥분 탓이었을까. “패션은 즉각적인 언어다. 내가 입는 옷이 세상에 나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특히 사람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매우 짧아진 오늘날은 더욱 그렇다”라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미우치아 프라다)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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