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나눔경영] 국민연금공단, 저소득층 연금 대신 납부 '행복한 나눔'

입력 2013-02-27 15:31  


2004년 어느날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전광우) 한 직원은 고객으로부터 딱한 사정을 들었다. 남편이 사망해 연금보험료를 더 이상 납부할 수 없게 됐다는 하소연이었다. 이 직원은 회사에 알리지 않고 고객 대신 보험료를 납부해줬다. 미담은 직원들 사이에 퍼졌고 회사도 알게 됐다.

국민연금공단 경영진은 2008년부터 저소득층 연금보험료 지원 사업을 회사 전체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확대했다. 순수 직원 후원금만으로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지원해주기로 한 것. 2008년부터 국민연금 직원들은 910명에게 3억2000만원가량의 보험료를 지원했다. 지원받은 사람들 중 148명은 현재 연금을 받고 있다.

정부도 나섰다. 2012년부터 정부 정책과제로 선정, 저임금 근로자의 연금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사업을 시작했다. 저임금 근로자들이 연금보험료를 내지 못해 노후에 연금을 못 받는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어차피 국가가 보살펴줘야 하기 때문에 미리 정부가 나서기로 한 것이다. 공단 직원의 개인적 선행이 회사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발전한 사례다.

국민연금은 연금보험료 지원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2011년 공공기관 중에 처음으로 기부특성화 카페인 ‘NPS카페테리아 Cafe 36.5°1호점’을 국민연금공단 본부에 개설했다. ‘Cafe 36.5°’는 따뜻한 체온(36.5도)으로 365일 사랑이 가득한 커피를 즐기자는 의미다. 이 카페는 장애인 여성, 55세 이상 여성, 다문화가정 여성 등 취약계층 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작년 5월에는 국민연금 대전지사에 2호점을 열었다. 이 카페는 판매금액의 10%를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중증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국장애인단체 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 총연합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과 사회공헌 협약을 맺고 중증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여행 및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 거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등을 공단이 보유한 청풍리조트나 공단 본부가 이전할 전북 전주 한옥마을 등으로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체험행사를 갖는다.

또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장애아동 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2007년부터 ‘1인 1나눔 계좌갖기 운동’을 통해 모은 1억1000만원을 어려운 이웃 후원에 사용했다. 작년부터는 장애아동을 집중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작년 7월 장애아동 재활 치료비 1080만원을 전달하고,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에는 재능기부 봉사단체인 ‘프로보노(재능기부) 봉사단’도 만들었다. 사회복지학 박사와 간호사, 건축기사 등 전문 지식을 갖춘 공단직원 60여명이 자발적으로 봉사단을 구성해 후원 대상자에게 필요한 맞춤형 나눔 활동을 하고 있다. 건강 관리, 집 수리, 어학 및 경제 교육, 마술, 축구 등 10여개 부문에 걸쳐 재능기부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연금에는 17년된 봉사단도 있다. ‘국민연금 세아사’다. 세아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세아사는 1996년부터 보육원과 지역아동센터, 소년소녀 가장 후원 활동을 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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