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本상품 불매운동, 뜻은 공감하지만…

입력 2013-02-27 17:10   수정 2013-02-27 21:25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반발해 국내 자영업자들이 벌이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상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1일부터 벌이는 불매운동에 동참 의사를 밝힌 사람이 720만명을 넘었다고 공개했다. 마일드세븐 아사히맥주 니콘 유니클로 도요타 렉서스 소니 혼다 등 모두가 유명 제품들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불매운동을 벌이는 심정은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화풀이 차원을 넘어 과연 무슨 도움이 되는지 좀 더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장 일본의 연쇄반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상호 감정이 격화되다 보면 급기야 양국 간 교역과 투자에도 악영향을 주는 심각한 감정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어느 나라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애국심에 호소한다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장사는 그 자체의 철저한 상업적 논리로 경쟁하는 것이지 정치적 논리나 도덕적 가치판단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시장 자체를 왜곡하는 것은 물론 상인 소비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최측은 21세기판 물산장려 운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물산장려운동은 일제치하에서 민족자본을 형성해 일본으로부터 경제자립을 이루자는 운동이었다. 세계 7대 교역국이 된 지금 내세울 구호는 아니다. 경제대국이 된 지금 우리가 벌이는 국수주의적 대응은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역풍만 맞을 수도 있다. 더욱이 일제 불매운동을 벌인다고 독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아니 악화될 공산이 더 크다.

장기간 경기침체와 정치불안을 겪은 일본은 지금 급격한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 일본을 이기는 길은 불매운동 같은 맞대응이 아니다. 그보다는 더 좋은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을 넘어서는 게 진짜 극일하는 길이다. 최근 한국 자동차 부품이 일본에 본격 수출되는 것은 그런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미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들이 많다. 근시안적인, 감정적 대응은 자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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